영화채널서 격투기… 음악채널서 연예·오락프로… 케이블·위성방송 '20%룰' 악용 편법편성 일삼아 황금시간대 등록장르와 다른 자극적 프로 일색 전문분양 육성취지 무색…"제도자체 재검토 필요"
입력 2006.09.03 16:27:45수정
2006.09.03 16:27:45
각 장르별 전문채널화를 통해 방송의 다양화를 꾀하자는 취지로 도입돼 운영중인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시장의 ‘전문장르 채널’제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사업자 등록을 할 때에 신고한 방송분야의 프로그램을 80%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형식적으로만 따를 뿐 나머지 20%를 등록 장르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극적인 프로그램들로만 채워가고 있다. 특히 이 20%에 해당하는 자유편성 프로그램들을 시청시간대가 가장 높은 황금시간대에 집중편성해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독권이 있는 방송위원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본지가 주요 채널들이 공개하고 있는 편성표와 방영중인 프로그램들을 집중 분석한 결과 오락ㆍ연예 전문 채널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전문 채널로 등록돼 있는 CJ미디어 XTM의 경우 편성표만 보면 영화 채널인 게 무색하다. 이른바 ‘황금 시간대’인 오후 10시대에 격투기 ‘프라이드’와 프로레슬링 WWE를 방송하고, 주말에는 이승엽 출전 일본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최근 선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라 있는 토크쇼 ‘최양락의 엑스 레이’도 방송된다. XTM 홈페이지 전면에는 이들 프로그램들을 집중 광고하고 있다. 스포츠와 토크쇼 사이에 영화가 나머지 시간을 때우는 모습이다.
온미디어 영화채널 ‘수퍼액션’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퍼액션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프로레슬링 ‘TNA 스페셜 빅토리 로드’와 토크쇼 ‘러브 액션 WXY’는 전문 분야와는 동떨어진 프로그램. ‘토토와 함께 하는 아이 러브 스포츠’와 비정기적으로 방송하는 종합격투기 K-1도 영화와는 연관이 없다.
음악 전문채널들은 아예 간판을 ‘연예 채널’로 바꿔야 할 지경이다. CJ미디어 계열 음악전문 채널 엠넷은 오전 2시 이후 새벽시간대와 오후 2시 이전 아침시간대에 해당 장르인 음악 프로를 집중 편성하고 이후로는 연예ㆍ오락 프로그램들로 채우고 있다.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아찔한 소개팅’ ‘아이 엠 어 모델’ ‘재용이의 순결한 19’ ‘신동엽의 톡킹 18금’ 등 음악과 상관 없는 프로그램들이 밤 12시 이전 시청자가 많은 저녁시간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YTN미디어의 코미디TV 역시 코미디 전문 채널이지만, ‘리얼중계 시티헌터’ ‘리얼스캔들 러브 캠프’ ‘약간 더 위험한 방송’ 등 선정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간판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 콘서트’ 등 지상파 프로그램 재탕으로 때우고 있다.
‘전문 장르 육성’이라는 케이블 채널 정책 근간을 흔드는 전문 분야 파괴 현상에 대해 PP사들은 “20% 내의 자율 편성 권한을 활용한 것일 뿐, 규정위반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에는 전문 편성 채널의 경우 주편성을 80%이상만 하면 된다는 조항 뿐, 부편성에 대한 종류 제한이나 시간대 제약이 전혀 없는게 사실.
방송위도 “PP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상식 선에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편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정작 주된 방송분야 콘텐츠의 질을 낮추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전문 장르를 키운다는 법 취지는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룰’을 악용해 편법 편성을 일삼는 현재 행위는 방송시장에서는 편법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장르 채널’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