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위기를 이기는 리더십


지난 2011년 미국에서 실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을 제치고 '미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에 선정됐다. 그는 재임기간 내내 이어진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추진,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의 부활을 이끌었다.

영화 '철의 여인'의 실제 주인공인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은 노조의 극렬한 반대와 25%까지 하락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고, 세금은 많으며, 일자리는 없는'영국병을 치유한다는 신념을 관철해 세계경제 속에서 영국의 위상을 회복시켰다.

한편 '프라하의 봄', 체코 벨벳혁명의 중심인물이었던 시민운동가 바츨라프 하벨은 1989년 공산정권 퇴진 이후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나 1992년 슬로바키아 분리운동이라는 내란을 극복하지 못한 채 국가를 둘로 갈라놓고야 말았다.

이들 세 사람을 비교하면 레이건과 하벨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지도자였던 반면, 대처는 집권기간을 통틀어 대중의 인기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경원시됐던 인물이다. 또한 레이건과 대처는 대다수의 사람이 인정하는 성공한 지도자로 기억되는 반면, 체코 민주화의 주역인 하벨은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문 실패한 지도자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하벨과 대처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대중적 인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은 아니다.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명확한 미래상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대처 수상과 레이건 대통령이 '침묵하는 다수'의 미래를 위해 불법과 폭력에 단호히 대응한 것은 지도자의 비전 제시와 추진력이 국가와 사회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있는 정치 시즌을 맞아 요즘 우리 정치권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중적 인기에 급급해 목소리가 높은 소수를 위한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소수 이익집단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4년 만에 말을 바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외치는가 하면, 향후 수백조원에 달하는 공짜 복지를 약속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하벨인가. 대처인가.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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