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퇴직연금제도가 12월1일로 도입 1주년을 맞았지만 지난 1년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노조의 반발과 기업들의 미온적인 태도, 제도상의 미비점,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1%에 불과한데다 적립액도 4,676억원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퇴직연금 부담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주식투자 비중 제한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퇴직연금 1년, 중소기업만의 잔치=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14만7,057명. 노동부가 집계한 노조가입 가능 근로자 수 1,469만명(2005년 말 기준)의 1%에 불과하다.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다. 사업장 규모별 가입현황을 보면 100명 미만 사업장의 비율이 98.4%에 달한다. 대기업의 참여는 극히 드물다. 정부는 먼저 공기업의 퇴직연금제 도입을 유도해 이를 대기업까지 확산시킬 목적으로 연말까지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공기업에 올해 경영평가에서 가산점 10점을 주기로 했지만 공기업 역시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세제혜택 등 제도개선 필요=2010년 제도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퇴직연금시장도 급속도로 확대되겠지만 그 전에 자발적인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혜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부담금의 소득공제 한도가 개인연금 부담금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세제상 혜택이 크지 않다. 또 확정기여형(DC)의 경우 개인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게 금지돼 있으며 간접투자를 통해서도 주식투자 비중이 최대 40%로 제한돼 다소 공격적인 운용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확정급여형(DB)도 가입 기업의 전체 퇴직연금 자산의 30%까지만 주식투자가 가능하다. 이 같은 제약 때문에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는 해외자산 투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랙 레코드(수익률 성과)’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듯=현재까지 퇴직연금 가입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입 후 퇴직연금 자금의 수익률 성과, 이른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퇴직보험 영업을 통해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보험사가 유치한 자금이 2,840억원으로 전체의 60%를 웃돈다. 반면 은행권은 1,497억원(32%), 증권사는 339억원(7.2%)에 그친다. 자금운용도 원금손실 우려가 없는 예금이나 적금, 원리금 보장상품이 3,953억원으로 84.5%에 달하고 있으며 실적배당형 상품은 525억원(11.2%)에 불과하다. 이혁근 한국투자증권 기업연금담당 부장은 “지금까지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유치경쟁만 벌여왔지만 앞으로는 자산 운용 및 트랙 레코드 관리 여부에 따라 자금유치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