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구입용 대출 90%, '집있는 사람'이 독식

2001∼2002년 주택가격이 급등할 당시 주택구입을 위한 은행대출의 90% 이상을 유주택자가 독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가격폭등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으며 8.31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 비율 억제 조치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집있는 사람'이 주택구입용 대출을 거의 독식하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보인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주택가격 급등세가 1차로 기승을 부렸던 2001∼2002년 당시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이 비교적 큰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주택구입용자금대출자의 주택소유여부별 현황을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1년 1.4분기에 유주택자의 비중이 89.6%에 달했고 무주택자의 비중은 10.4%에 불과했다. 2.4분기에는 이 비중이 92.0% 대 8.0%로 더 벌어졌고 3.4분기와 4.4분기에도 각각 90.6% 대 9.4%, 91.0% 대 8.1% 등이었다. 2002년 1.4분기에도 이 비중은 91.4%대 8.6%를 나타내는 등 `집있는 사람'이 은행대출을 독식하는 현상은 여전했다. 한은은 "무주택자가 신규로 주택구입을 위해 은행대출을 받는 경우보다는 유주택자가 아파트의 평수를 늘려가거나 기존 주택을 담보로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는데은행대출이 집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5년초 2차 부동산 가격폭등기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는 것이한은의 추정이다. 작년 8월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5월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73.2%가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이 전체의 74.2%를 차지했고 특히 주택가격 급등세가두드러졌던 서울 강남.송파.서초.강동, 경기 성남.용인지역 대출이 21.6%를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 주택담보대출이 집중됐다는것은 무주택자보다는 유주택자가 주택구입용 대출을 사실상 독식한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8.31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담보인정 비율 축소 등 투기목적의 대출관행을 규제하고 생애첫대출 제도의 시행 등으로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이 확대되면서 `집있는 사람'의 주택구입용 대출 독식현상은 다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여겨지지만 주택구입용 대출의 양극화 현상이 근본적으로 타개되지는 않고 있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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