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용호(앞줄 가운데) 국세청장이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손경식(오른쪽 세번째) 회장 등 상의 회장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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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 대기업 대표들과 만난 백용호 국세청장이 세무조사 주기를 연장해달라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의견을 거절했다. 국세청장 앞에서 건의사항들이 쏟아져나왔는데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 청장은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 순환조사 주기를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달라는 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의 요구에 대해 "4년 주기로 하겠다고 발표한 게 몇 달 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상 5년으로 늘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4년 주기가 기업의 입장에서도 훨씬 이익이 있다"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백 청장은 또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최근 세무조사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경제위기를 맞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일시 유예, 중지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법인 대상 세무조사 비율은 매년 1% 미만으로 올해는 0.7~0.8%로 예상하고 있다"며 "2000년 중반에는 1.5%까지 도달한 적이 있고 일본의 법인 대상 조사비율은 5%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지난 7월 취임한 후 백 청장이 대기업 대표들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마치 작심한 듯 세정건의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국세청이 기업을 상호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하고 납세 기업의 애로를 들어주고 있다"며 "기업에 도움이 되는 세정환경 조성은 기업 의욕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홍 하광(하남ㆍ광주) 상의 회장은 가업 승계지원제도의 확대를 주문했고 송인섭 대전상의 회장은 상속ㆍ증여세를 현금이 아닌 비상장 주식으로도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신박제 ㈜NXP반도체 회장은 법정 증빙서류를 갖춰야 하는 접대비 기준금액을 1만원에서 3만원으로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기업 대표들은 또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 증여할 때 적용하는 할증과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유지할 것, 근로자가 잘못된 자료를 줘 기업이 연말정산을 틀리게 한 경우에는 가산세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등의 의견을 줄지어 내놓았다.
간담회에는 손 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이순종 한화 부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 등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