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2-4. 경영의 핵심 `주주보호`

“주주에게 최고의 수익을 가져 다 준 초일류 기업들은 큰 목표를 향해 조금씩 실적을 쌓아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초일류 기업들의 공통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주보호`는 꾸준함과 신뢰가 밑거름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는 지적이다. ◇주주 무시하면 망한다= `주주보호`의 최악의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의 경우다. 한때 `경영계의 신화`로 불리던 엔론이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기업으로 몰락한 것은 결국 경영진들이 주주의 이익을 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엔론은 천연가스 시장에 경쟁구도를 심고, 발전소 개발, 광역통신ㆍ온라인 전력 거래 등의 신천지를 개척하는 등 비즈니스계에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다. 엔론의 조직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혁명가`라는 믿고 행동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과신이 화근이 됐다. 엔론의 경영진은 재무구조를 주주가치와 상반되게 끌고 가면서도 교묘하게 이를 은폐했다. 실리콘 밸리의 경영이론가이자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객원교수인 게리 하멜은 “엔론은 기업 확장과 주가 상승을 위해 경영진이 자금 동원에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건전한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위험을 초래했다”며 “경영진의 오만과 전횡이 치명적인 경영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ㆍ자사주 매입은 주주이익에 직결=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은행인 아메리카은행(BOAㆍBank Of America)은 2002 회계연도에 배당(37억 달러)과 자사주매입(75억 달러)에 112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순익인 92억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BOA는 77년 이후 해마다 배당액을 늘려왔다. 77년 주당 23센트에 불과했던 배당액은 2002년 주당 2.44달러로 성장, 연평균 증가율이 12.4%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주주중시 경영의 덕택으로 BOA주주들은 92년말 이후 2002년까지 연평균 14%에 이르는 투자수익률을 누렸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S&P500주가지수 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올해 초 씨티그룹의 실적발표회. 토드 S.톰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02 사업연도까지 17년간 연속 배당금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으며, 55억달러 규모(1억5,000만주)의 자사주 매입까지 합치면 지난해 순익의 약 60%가 주주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며 자사의 `주주보호`시책을 자랑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주당 80센트, 총 41억달러의 배당에 55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익(153억달러)의 63%인 96억달러가 주주에게 돌아갔다. ◇`주주보호` 관건은 이익 환원= 한 해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에는 인색한 편이다. 그렇다고 `주주보호`에 `빵점`은 아니다. MS는 배당을 줄이는 대신, 100억 달러 이상의 유보금을 투자준비금으로 확보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이는 결국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주주보호`에 정답은 없다. 덩샤오핑의 명언인 `흑묘백묘(黑猫白猫)론`처럼 검은고양이(배당)이든 흰 고양이(시세차익)이든 수익(쥐)만 잘 잡으면 그만인 것이다. 최인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주주운동(주주행동주의)이 배당금에 관심을 집중하던 단계에서, 주주들이 소액주주권을 사회운동 차원에서 활용하던 시기를 거쳐, 주주들이 투자수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에 관여하면서 쟁점이 기업가치의 제고로 옮아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 1위 97~2001년 주주재산 1,496억달러 불려줘 ■WAI로 본 주주중시기업 `진정한 주주보호`의 양 날개는 배당과 주가상승. 미국 컨설팅 회사 스턴스튜어트는 기업의 주가수준이 반영되는 시가총액 증감과 배당금 등을 기준으로 `부(富)의 부가지수(WAIㆍWealth Added Index)`를 산출해 주주의 이익에 대한 기업의 충실도를 평가하고 있다. 스턴스튜어트가 발표한 가장 최근의 WAI(1997~2001년)에서 세계 5,000대 다국적 기업중 지난 5년간 주주들의 재산을 가장 많이 증식 시켜 준 기업은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로 꼽혔다. 월마트는 이 기간 주주들에게 모두 1,496억 달러의 재산을 안겨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37억달러의 부를 주주에게 돌려줘 2위를 기록했고, 930억달러의 부를 창출해준 IBM이 3위에 올랐다. GE(918억달러), 씨티그룹(826억달러)은 그 뒤를 이었다. 세계 10대 WAI 기업 중 미국기업이 8개로 가장 많았고, 유럽에서 핀란드(노키아ㆍ6위)와 스위스(네슬레ㆍ10위)기업이 각각 1개씩 랭크됐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WAI 성적표는 얼마나 될까. 스턴스튜어트는 삼성전자가 1997~2001년까지 주주들에게 171억달러의 부를 창출해 줘 세계 32위 WAI 기업에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아시아 지역 기업으로는 타이완의 파운드리(수탁생산) 반도체회사인 TSMC(31위)와 일본의 다케다화학산업(33위)이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50대 WAI기업에 들었다. 올해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갑부 순위`를 보면 WAI 상위기업의 주주들이 주가상승으로 얼마나 큰 부를 누리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WAI 1위기업인 월마트의 지분 38%를 소유한 창립자 월턴의 상속자 5명은 각각 20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해 세계 10대갑부 대열에 나란히 올랐다. WAI 2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인 빌게이츠는 528억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최고갑부로 꼽혔고,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도 252억달러로 세계 4위 갑부로 기록됐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25억달러로 127위 갑부에 올라 만만치 않은 재력을 과시했다. "現직장이 최고 일터" 68%뿐 ■기업 공동체의식 설문 기업체 임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에서 질문 항목 중 하나가 `자신의 회사를 최고의 일터라고 생각하는가`다. 이에 대한 지수는 68.00으로 전체 평균(70.54)에 미치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나왔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66.6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임직원들은 그러나 같은 업무라면 다른 회사에 근무해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에는 60.20%만이 `예`라고 답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직장의 발전 가능성에 일단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회사가 날마다 변화하고 있는 중인가` 라는 질문에 74%가 `긍정`이라고 대답했으며, 자신의 회사가 최고의 기술력과 서비스 정신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77.80%라는 높은 비율이 `예`라고 답했다. /김영기기자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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