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정리되면 얘기합시다"

경질통보 받고 일주일만에 나타난 소진관 前쌍용차 사장


“나중에 정리가 되면 이야기합시다.”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의 교체 요구로 지난주 말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소진관 전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 8일 신변정리를 위해 회사를 찾았다. 상하이자동차 측이 이달 초 경질 방침을 통보한 직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소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선뜻 말문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경영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할말은 많지만 지금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심경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잘라 말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쌍용차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소 사장은 “그동안 언론이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머리를 돌리면서도 “나중에 정리가 되면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소 사장이 경영실적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는 상하이자동차의 공식 해명이 소 사장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임을 시사해 주목된다. 쌍용차 주변에서는 여전히 이번 소 사장의 전격 퇴임과 관련해 기술유출 여부를 둘러싸고 대주주 측과 마찰을 빚은 결과라는 시각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소 사장이 퇴임 전후의 상황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경우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좀 쉬어야겠다”는 말로 기자와 면담을 끝낸 소 사장은 차가 출발하자 딱 한번 뒤를 돌아보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한편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소 전 사장은 이날 회사에 나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도 사장 교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그동안 고마웠다’며 짧게 악수만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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