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몰아쳤던 중대형 봄볕 드나

무이자대출·분양가 할인등 업계 판촉활동 적극 나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래미안 강남힐즈 등 1순위서 청약 마감

소비자의 외면을 받던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저렴한 분양가와 뛰어난 입지를 내세워 속속 분양에 성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대형으로 구성됐음에도 순위내청약을 마감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주택경기 침체로 중대형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가운데 최근 일부 단지들이 잇따라 중대형 분양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판촉활동과 과감한 분양가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집값이 과도하게 떨어지면서 일부 실수요가 청약 시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지난 12일부터 청약을 받은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96㎡(전용면적 기준)B형은 35가구 공급에 205명이 몰리며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82가구인 143㎡ 역시 평균 10.7대1로 순위 내에서 입주자를 채웠으며 158가구가 공급된 96㎡A형 역시 인천 지역 거주자 몫은 1순위에서 순조롭게 청약 일정을 마쳤다.

이 회사가 송도에서 동시에 공급한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2차' 역시 2개 주택형 19가구를 제외하고는 순위 내에서 입주자를 모두 채웠다. 이 아파트 역시 모두 중대형으로만 구성된 단지다.

강남보금자리 중대형으로 관심을 모았던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힐즈'는 1순위에서 3.5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 부동산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탄탄한 강남권 중대형 수요를 재확인시켰다.

이에 앞서 4월 분양한 울산 우정혁신도시 '울산 에일린의 뜰 3차' 역시 1순위에서 중대형 아파트 물량이 모두 마감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 99㎡A형은 220가구 모집에 총 1,370명이 몰려 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99㎡B형과 110㎡형도 1순위에서 청약을 종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심리적인 영향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위축됐을 뿐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입지와 가격ㆍ품질이 충족된다면 중대형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올 들어 조금씩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85㎡ 초과 주택의 거래량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월 884가구로 저점을 기록한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2월 1,936가구 ▦3월 2,348가구 ▦4월 2,574가구 등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다. 중대형 미분양 역시 지난해 말 1,045가구였던 것이 4월에는 972가구로 줄었다.

이처럼 중대형 아파트 분양이 성공하고 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를 되찾는 것은 건설업체의 적극적인 중대형 아파트 마케팅 때문이다. 중소형 아파트보다 3.3㎡당 분양가를 낮추거나 다양한 무이자 대출 등 금융혜택을 늘리면서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3월 응암3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녹번역 센트레빌'은 114㎡의 가격을 오히려 중소형보다 3.3㎡당 40만원가량 낮은 1,100만원대에 책정하는 한편 대형 아파트에는 2,400만원 상당의 교육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분양한 삼성물산의 전농7구역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121㎡도 중소형보다 3.3㎡당 30만~40만원 정도 싸게 내놓아 분양에 성공한 사례다.

이 밖에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차가 줄면서 일부 수요가 중대형 주택으로 이전하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심리적인 원인으로 지갑을 열지 않던 실수요 중심의 갈아타기 수요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투자 수요는 여전히 부진해 중대형 아파트가 시장을 이끌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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