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등 유럽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경기방어주들만 선방을 했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리스크가 이미 예견된 악재로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재료가 없는 만큼 당분간은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단기 매수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71포인트(1.64%) 떨어진 1,956.4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1,950선을 내준 것은 지난 2월 1일 이후 처음이며 하루 하락폭도 올 들어 최대치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은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였지만 외국인이 장 시작과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 개인은 이날 4,554억원치를 매수해 4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4,706억원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4일 동안 8,35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별종목에서도 개인과 외국인은 대조되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을 1, 2위 순으로 매도한 반면 개인은 반대로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순으로 사들였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유럽발 위기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증시가 하락한 가운데서도 전통적으로 하락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통신과 전기가스 등 경기방어주들은 수직 상승했다. 이날 통신업종은 3.78% 올라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표적인 통신주인 KT는 전날보다 5.90%(1,700원) 오른 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텔레콤도 3.37% 오른 13만8,000원에 마감되며 통신주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전기가스업종의 대장주인 한국전력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전력은 전날보다 0.21%(50원) 오른 2만3,350원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전력은 최근 5일동안 7.6%나 올랐다.
김홍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하락장이나 조정장에서는 경기민감주보다는 경기 방어주들이 주목을 받는다”며 “특히 KT가 1ㆍ4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한데 이어 SK텔레콤도 2ㆍ4분기를 기점으로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전망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전력의 경우 전기료 인상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최근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정치 리스크로 유럽 재정위기 충격이 재부각된 상황에서 당분간 뚜렷한 증시 상승 동력이 없는 만큼 경기 방어주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과 그리스 총선 결과는 예상된 악재였지만 국내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당분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1950선을 테스트 받는 상황에서 경기 방어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방어주에 대한 과도한 매수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상승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인데 외국인은 여전히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주를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며 “경기 방어주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 여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