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해외판결] 대학 건축물에 ‘석면 단열재’ 포함

“폐암발생 가능성… 배상해야”

김정훈 변호사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에 근무하는 5,600여명의 교직원들이 자신들이 석면에 노출됐다며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해 대학측은 지난 23일 교직원들에게 향후 20년간 의료비 지원 및 보상 프로그램 등을 약속하기로 합의했다. 교직원들은 대학 건축물 자재가 석면 단열재를 포함하고 있어서 근무하는 동안 폐암의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증가됐다고 주장해왔다. 석면은 내열성, 절연성 등에 우수하기 때문에 옛날부터 건물이나 배관 등의 단열재, 아스베스트 시멘트관, 자동차의 브레이크나 클러치판, 전기코드의 피복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돼 왔다. 그런데 석면의 분진을 계속 흡입하면 폐에 분진이 쌓여 호흡장애나 폐기종 등의 심각한 건강 피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고, 지난 64년에는 석면 분진이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돼 피해자 구제문제가 제조물책임의 문제로 발전했다. 석면과 관련한 소송은 미국 각지에서 수십년간 제기돼 왔는데, 거액의 손해배상금의 지불에 견디지 못해 최대의 석면제조업자인 맨빌(Manville)사가 도산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암에 걸려 숨진 지하철 역무원의 유족들이 “지하철 역사 내 석면에 노출돼 폐암에 걸린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9조 제2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석면이 붙어 있는 물질을 파쇄 또는 해체하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 일할 때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38조 제1항에서는 석면이 함유된 설비 또는 건축물을 해체 또는 제거할 경우 미리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제2조는 석면을 실내공간 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제6조는 환경부장관이 지하 역사, 지하도 상가, 여객자동차터미널의 대합실, 실내주차장 등 다중 이용시설의 관리책임자에게 시설 내부의 쾌적한 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한 권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령인 이 법 시행규칙 제4조는 석면에 대한 권고기준을 0.01(개/cc) 이하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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