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녹스 항소심 '유죄 판단' 배경

1심 '석유사업법 법령미비'‥2심 "품질ㆍ세금 문제"

유사석유 논란을 빚어온 세녹스와 LP파워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한 1심을 깨고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실형을 선고한 것은 열악한 품질의 `유사석유제품'으로 석유시장 질서를 교란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1심 재판부가 개정전 석유사업법의 `유사석유제품' 관련 조항이 불분명하고 첨가물 관련 규정도 미비해 법률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하면 법률해석이 행정부 재량에 좌우돼 죄형법정주의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 것과는현격히 차이가 나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환경부에서 다목적 첨가제 적합판정을 받은 세녹스가 구(舊)석유사업법 26조의 `유사석유제품'에 해당하는가 ▲세녹스에 탈세의 가능성이 있는가 ▲일반 휘발유도 MTBE라는 첨가물이 들어간다면 석유사업법 26조를 어떻게 해석.적용할 것인가 여부 등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세녹스는 석유제품 품질기준 관련 산자부 고시에는 대부분 적합하지만 자동차 연료장치를 부식시킬 개연성이 충분하고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인체 유해물질을 배출해 정상연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때도 검찰과 산자부측이 세녹스의 품질이 일반 휘발유보다 떨어진다는 자료를 내긴 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국립환경연구원 자동차공해연구소가 내놓은 유해물질 검사 적합판정과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이 자동차 부식성이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검사결과를 인용했었다. 재판부는 또 "세녹스는 현실적으로 단순 첨가제가 아닌 자동차 연료로 사용돼결과적으로 탈세에 이르렀고 세금을 내지 않아 저렴해진 제품을 판매해 석유 유통시장 질서를 혼란케 했다"고 밝혔다. 일반 휘발유보다 못한 저질의 제품을 시중에 판매했을 뿐 아니라 일반 휘발유사업자에게 부과되는 품질검사 의무, 석유비축 의무 등도 피해갔으므로 석유사업법이 인정하는 `제도권'에 편입시킬 수 없는 `유사석유제품'이라는 판단이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교통세 문제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이미 `세녹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돼 소비자가 일반 휘발유와 혼동할 우려도 없고 국가가 적정 세금을 매기면 된다"고 본 것과 다른 판단이다. 1심 재판부가 지적한 석유사업법 26조의 애매성에 대해서도 "휘발유에 MTBE가첨가되는 것과 세녹스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휘발유에 납성분 대신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 메틸 t-부틸 에테르)를 첨가해 무연 휘발유를 생산하는 현실과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 또는 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해 제품을 생산.판매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석유사업법 26조가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석유정제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휘발유에대한 고정불변의 정의는 있기 어렵고 현행법상 휘발유는 MTBE를 함유한 완제품으로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1심 법원이 석유사업법의 법령 미비를 지적했다면 항소심 법원은 세녹스의 품질미달과 세금 문제를 지적한 셈이어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최종 상급심에서 어떻게다툴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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