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지주사 봄날 오나

중소형지주 인기에 밀려 3년가까이 투자자 외면
"실적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승여력 높아 관심 커져


올 들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중소형 지주회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년간 투자자의 외면에 저평가됐던 대형 지주회사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지주사의 경우 실적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으며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높은 대형 지주사로 투자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9일 한국거래소와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CS홀딩스·진양홀딩스·동화기업·일진홀딩스 등 중소형 지주사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CS홀딩스는 전날보다 300원(0.51%) 오른 5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진양홀딩스도 40원(1.23%) 오른 3,280원을 기록했다. 올 초 대비 이들 종목의 주가수익률은 각각 63.6%, 70.8%다. 동화기업(45.5%), 일진홀딩스(74.8%), KC그린홀딩스(37.3%) 등도 연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소형 지주사 종목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전후다. 주로 전자·화학 등을 주력업종으로 하는 계열사를 둔 대형 지주사의 경우 당시에는 투자자의 주목을 많이 받아 회사의 가치가 주가에 많이 반영됐지만 이들 종목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는 회사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IBK투자증권이 42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42개 지주사 중 자산 1조원 미만,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형 지주사 28곳의 연초 대비 연말 주가수익률은 2011년 -18.0%에서 2012년 18.8%로 플러스로 전환한 뒤 2013년 29.7%, 2014년 24.1%(18일 기준)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중소형 지주사의 강세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김장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 가치의 반영 여부가 차별화된 주요 이유였다는 점에서 중소형 지주사가 계속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회사의 가치가 꾸준히 주가에 반영된 만큼 이제는 반대로 그동안 소외됐던 대형지주 쪽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재배주주순이익 대비 시가총액 규모는 2012년 대형 지주사가 17.7배, 중소형 지주사는 13.8배였지만 지난해에는 대형 지주사가 17.5배, 중소형 지주사가 28.3배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중소형 지주사의 실적이 주가가 반영된 비율이 더욱 높다는 얘기다. 반면 대형 지주사의 경우 순자산가치 대비 현재 시가총액을 뜻하는 할인율은 평균 3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원래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덜 올랐다는 의미로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것이다. 주요 지주사별로 주가 할인율을 살펴보면 LG가 44.7%, SK 34.9%, LS 16.3%, CJ 27.1%, 두산 13.4% 등이다.

전문가들은 소형 지주사의 주가가 이미 고점까지 올랐고 대형지주사의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만큼 투자전략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국내 주식시장 자금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그동안 소외됐던 대형 지주사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얘기다. 코오롱·삼양홀딩스·GS·세아홀딩스·아모레G·영원무역홀딩스·AK홀딩스·녹십자홀딩스·하이트진로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대형주가 전반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으면 그 대형주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형 지주사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를 대형과 소형으로 나눠 구분하는 것보다 개별 종목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를 규모에 따라 나눠 하나의 흐름을 관찰하려는 것은 지주회사라는 것 외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면서 "각 계열사가 속한 산업과 업종을 개별적으로 살피고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