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기아차 해외사업 표류 안타깝다

비자금 사건으로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해외공장 건설과 판매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현대ㆍ기아차는 물론이고 국가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점에서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아차는 오는 5월10일로 예정했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공장은 당초 27일 착공 계획이었으나 5월10일로 미뤄졌다가 다시 연기된 것이다. 다음달 중순 착공될 현대차의 체코 공장도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회사측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공장의 건설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미지와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건 뻔하다. 해외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아직은 그 여파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검찰 수사 및 사법처리 결과 등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적지않은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시장 딜러들의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현대ㆍ기아차의 해외사업 표류는 적지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전략 차질이다. 500만대 판매로 세계 톱5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전략이며 목표달성의 핵심수단 중 하나가 해외공장 건설을 통한 판매확대다. 현지공장 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미래전략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경영차질의 피해는 현대차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는 국가의 경제수준, 더 나아가 국력을 말해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기계산업 발전 없이 선진경제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데 자동차는 바로 기계산업의 종합이자 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국가경쟁력의 한 지표라는 사실은 실제로 독자모델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의 면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의 국가이미지 제고 효과가 다른 어떤 상품도 따를 수 없을 만큼 크다. 현대차의 추락은 국가이미지 측면에서도 손해다. 세계자동차시장의 경쟁은 치열하기 짝이 없다. 잠시 방심하거나 실기하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몰릴 정도다. 현대차의 경영이 하루속히 정상화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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