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보광, 필리핀에 더 낸 전기료 1억달러 이제야 돌려받는다

比, 4년간 밀린 할인분 7월 집행
한진重·STS반도체 자금 '숨통'

이르면 다음달 한진중공업과 보광그룹 계열사인 STS반도체가 필리핀 정부에 초과지불한 전기료 1억달러를 돌려받는다. 필리핀 정부는 당초 두 회사가 현지에 투자하는 대신 전기료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그간 이행을 미뤄왔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필리핀 정부가 오는 7월 이후 한진중공업과 STS반도체의 필리핀 법인인 PSPC가 과다지불한 전기료를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08년 당시 한진중공업과 보광그룹이 현지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투자개시일부터 10년간 전기료를 정상요금에서 60% 할인해주고 법인세도 일정 기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3월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건설을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했고 STS반도체도 5억달러를 들여 현지 반도체 생산법인인 PSPC를 설립했다. 수비크조선소는 면적이 축구장 7개 크기인 300만㎡로 현지 고용인력만도 2만명을 넘고 클라크경제자유구역에 있는 PSPC도 생산법인 인력이 2,000명에 육박한다. 대규모 투자로 현지 경제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투자가 완료되자 2011년 5월 예산이 없다며 돌연 태도를 바꿔 전기료 할인혜택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미 투자를 끝낸 두 회사는 4년 넘게 울며 겨자 먹기로 협의한 것보다 높은 전기료를 지급해왔다. 그간 한진중공업이 초과지불한 전기요금은 7,000만달러, PSPC는 2,700만달러에 이른다.

업계의 불만을 풀어낸 것은 정상외교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0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의 방한 때와 지난해 12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직접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올해 예산편성 때 특별조항으로 마련된 전력보조금 1억여달러를 7월 이후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초과지급된 전기료가 반환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 회사의 재무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STS반도체는 출자법인 비케이엔티의 완전자본잠식으로 17일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태다. 한진중공업도 글로벌 경기둔화와 경쟁심화로 최근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데 이어 올 1·4분기에도 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돌려받을 전기료가 한진중공업은 700억원, STS반도체는 300억원으로 액수가 크다"며 "영업손실과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두 회사의 재무흐름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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