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장관급 조직 만들어야 규제개혁할 수 있나

새누리당이 16일 공청회에서 정부부처뿐 아니라 국회·법원 등 헌법기관, 지자체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정부부처를 상대로 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광역지자체에도 규제비용총량제를 적용하는 것 등이 골자다. 당정이 사전협의를 거쳐 규제개혁 추진체계 재정비에 보조를 맞추는 등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 국회·법원 등 헌법기관도 규제심사·정비 등을 추진하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당장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삼권분립과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규제의 등록·공표 대상에 국회·법원도 포함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부처와 마찬가지로 의원입법안도 규개위의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받으라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월권으로 해석될 소지가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의원입법이 규제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회법을 고쳐 국회 차원에서 사전에 규제영향분석을 거치도록 하는 게 정도다.

규개위의 권한과 조직이 커지면서 공정거래위·금융위 못지않은 사실상의 장관급 정부부처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찮다. 법령제정권을 가진 행정위원회는 아니지만 장관급 부위원장에 3명의 차관급 상임위원과 사무처, 규제개혁평가단과 규제개혁연구원까지 거느리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와 민간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위원들은 비상임인 현행 규개위에 비한다면 정부 비대화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규제개혁 기능은 이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총괄하고 있다. 권위가 없어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 기능이 거론될 때마다 툭하면 조직강화를 명분으로 고위공무원직을 늘려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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