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국내해운사 공격투자

"지분구조 취약하고 투자 차익등 유망" 판단
현대상선ㆍ대한해운 이어 한진도 투자 의사
중형사까지 매집…"적대적 M&A 대책 시급"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해운업체들을 상대로 거대 외국자본이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ㆍ현대상선ㆍ대한해운ㆍ세양선박 등 국내 해운업체 대부분은 ▦대주주 지분구조가 취약한데다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고 ▦당분간 해운시황이 좋을 전망이어서 투자차익이 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5일 해운업체에 따르면 미국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칼라일그룹은 최근 한진해운에 4억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칼라일은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전용터미널에 대한 지분투자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의 한 고위관계자는 “칼라일과 실무진 차원에서 전용터미널 합작 관련 논의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물류ㆍ운송 부문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유럽계 펀드인 게버런트레이딩도 최근 단순투자 목적으로 현대상선 지분 5.77%를 매입하는 등 국내 해운업체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게버런트레이딩이 대한해운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골라LNG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대적 M&A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5년 동안 아시아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골라LNG는 대한해운 주식을 꾸준히 매집해 2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골라LNG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펀리폰즈ASA(4.86%)와 피델리티펀드 (4.61%)까지 합칠 경우 외국인 지분은 30.56%에 달해 경영권까지 위협할 정도다. 외국자본은 특히 국내 거대 해운업체에 국한하지 않고 세양선박 등 중형 해운업체의 지분도 잇따라 매집하는 등 국내 해운업체에 대해 무서운 기세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세양선박의 경우 이틀째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데 전날 주가가 7%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했다. 세양선박은 최대주주인 쎄븐마운틴 지분 27%를 합쳐 우호지분이 30% 수준인 데 반해 외국인 지분율은 거의 10%를 육박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외국자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지분투자로 해석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자본은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고 앞으로 해운시황도 좋은 국내 해운선사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연말 결산 때 고액배당 요구나 블록세일(보유지분을 지정한 제3자에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법)을 통한 세시차익을 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체의 지분구조가 취약해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항상 열려져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특히 적대적 M&A 위협이 지속될 경우 국내 해운업체는 투자기회를 상실해 장기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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