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鍾相(공인회계사·세일회계 대표)『눈감으면 떠오르는 고향의 봄...』
필자를 비롯하여 5~6년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해외연수를 하였던 버클리대학 동기모임의 멤버들에게는 눈감으면 훤하게 18홀 구석구석을 떠올릴 수 있는 고향같은 골프장이 있다.
대학교수·공무원·언론사 기자들이 1년 내외의 기간을 휴식년·또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연수의 형식으로 가 있었는데, 연구나 보고서 등의 큰부담이 없었으므로 자주 골프를 함께 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우정을 나누었다.
손쉽게 자주 갈 수 있던 퍼블릭 코스, 그 「프랭클린」골프장이 말하자면 우리의 캠퍼스였던 것이다.
아웃코스 9번 홀은 계곡을 건너뛰어야 하는 파 5의 홀로서, 좌측으로 연못이 있고 우측이 OB였으므로 상당히 긴장을 하면서 티샷을 하는 곳인데, 여기에서 우리는 그린피 내기등을 하면서 즐거워했다.
미국의 퍼블릭 코스가 다 그렇듯 그늘집이나 목욕탕은 물론이고 탈의실, 샤워시설도 없었으니, 대체로 주차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필드에 섰으며, 라운드 후에는 그 차림 그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쉬운 기분을 푸는 곳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생맥주를 즐기며 필드의 감흥을 오래도록 즐겼던 그 곳은 바로 알바트로스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알바트로스란 골프스코어 용어다. 요즈음 프로골프대회에서 타이거 우즈같은 장타자들이 파 5홀에서 쉽게 투온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는 경우가 알바트로스인 것이다.
그 유래는 매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골프장을 만들고 마스터스를 세계적인 대회로 키운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가 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했을때 파 5홀을 2타만에 끝냈는데 당시 이글(독수리·기준타수보다 2타 적은 것)보다 더 큰 새의 이름인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알바트로스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알바트로스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버클리 대학 캠퍼스 근처에 있는 오래된 카페였고 숙소에 가까워 음주운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때문에 여유있게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편한 곳이었다.
테이블에 덧칠한 니스두께가 1㎝가 넘어 50여년의 풍상을 말해줄뿐 팝콘을 공짜로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주 소탈한 곳,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미국판 맥주집쯤으로 생각되는 낭만적인 장소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날 또는 최근의 골프 솜씨·무용담 등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고 미국생활·여행·쇼핑정보까지 교환하며 우정을 쌓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골프는 라운드 그 자체뿐 아니라 이후 친구들과 둘러앉아 즐기는 한잔의 생맥주,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등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버클리 대학과 프랭클린 골프장, 그리고 알바트로스로 연결되는 추억들은 아직까지 우리생활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입력시간 2000/04/23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