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국 경제] <3> 인민 불신 커지는 은행

정부통제 안되는 '짝퉁銀' 난립 … 국유은행마저 부실대출 그늘

빚 많은 부동산개발업체 은행 진출해 부실 더키워

그림자금융 급속붕괴 땐 국유은행 리스크로 전이

실물경제 영향 막으려면 금융시장 개혁 속도내야


중국 장쑤성 옌청 시내 팅후취 시왕루에 위치한 셔양농촌상업은행 칭펑분리처. 지난달 말 뱅크런(대규모 예금이탈)이 발생해 중국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이목까지 모았던 곳이다. 셔양현 현장이 TV에 출연해 인민은행이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예금자들의 불안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지역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팅후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왕샤원(37)씨는 "은행 동사장이 4,000만위안을 조달해 은행에 쌓아놓았지만 다음날 새벽3~4시까지 예금자들이 돈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왕씨도 40만위안 정도 되는 예금 중 일부를 인출해 공상은행으로 옮겼다.

중국인들은 지방은행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특히 뱅크런이 발생했던 셔양농촌산업은행 같은 지방 상업은행과 농촌은행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고리대금업자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국인들은 지방 상업은행과 농촌은행을 이용한다. 금리가 주요 은행에 비해 높고 대출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고 경기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한 중소형 은행들의 부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자이(山寨)은행주의보=셔양농촌상업은행의 뱅크런은 중국 정부의 말대로라면 유언비어에 따른 불안심리로 촉발됐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이 은행의 명함을 들고 다니던 대출보증 업체들이 망해 이미 8,000만위안의 손실을 본 주민들은 최근 은행이 보증업체들이 '먹튀'할 때처럼 지점 이름을 바꾼데다 거액 현금인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2년 12월에도 유사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주민들은 덧붙였다.

중국 경제전문지 21세기경제보는 셔양농촌상업은행 같은 지방의 소규모 은행을 산자이은행이라고 지목한다. 산자이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짝퉁' 업체들을 일컫는다. 이들 산자이은행은 정부의 통제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높은 이자로 예금을 유치한 후 은행 간 거래나 리스크가 높은 대출로 수익을 창출한다. 빠른 산업화로 중소기업이 늘어난 장쑤성 북부지역인 쑤베이에는 20개가 넘는 소형은행들이 영업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개발 업체들의 은행 진출이 산자이은행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채를 안고 있는 부동산 업체들이 은행 주주라는 위치를 이용해 특혜금융으로 은행의 부실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10개 부동산개발 업체가 총 184억달러를 은행에 투자했다.

◇4대은행 일부 지점 부실대출 비율 10% 넘어=공상·농업·중국·건설 등 4대 국유은행 등 대형은행의 상태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들 은행의 부실대출률이 평균 0.9~1%로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고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기둔화의 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철강·조선·태양광 등의 기업이 밀집한 저장성 4대 국유은행의 평균 부실대출 비율은 2.17%에 이른다. 건설은행 저장성지점의 경우 부실대출률이 4%를 넘어섰고 공상은행의 일부 현급 지방 지점은 12%가 넘는 악성 부채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4대 국유은행의 평균 순익 증가율이 11%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그림자금융의 리스크도 국유은행을 위협한다. 국유은행 지방 지점들이 신탁상품을 판매하며 보증을 선 만큼 그림자금융의 급격한 붕괴는 국유은행의 리스크로 전이된다. 우샤오추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은 "4대 국유은행의 금융독점으로 금융 탄력성이 낮다 보니 은행들이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자금융의 두 얼굴=그림자금융에 대해 당국이 무작정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도 어렵다. 인민은행 추정 30조5,000억위안에 달하는 돈이 실핏줄처럼 풀려 있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중국 정부가 과도한 부채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예상보다 빨리 그림자금융 억제에 나설 경우 신탁은행과 부동산개발 기업, 지방은행 자금조달 기구 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금융당국도 인지하고 있다. 1월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자산관리상품(WMP) 시장정비와 감독강화를 발표했다. WMP의 무리한 금리경쟁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 WMP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린 일부 은행들의 자금경색으로 지난해 6월 단기금리가 폭등하기도 했다. 10% 넘는 수익률에 원금까지 보장하는 신탁상품은 부동산·광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등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높아 경기위축과 신용경색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크다.

◇국유은행 개혁 서둘러야=그림자금융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업 리스크→금융 리스크→실물경제 충격'이다. 그림자금융 부실이 중국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준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 국가인데다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이 든든한 방패가 된다. 게다가 중국 그림자금융은 중국 내의 문제일 뿐 국가 간 거래에서 발생한 리스크는 아니다.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림자금융보다 금융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금융개혁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판강 중국경제개혁연구기금회 이사장은 "민영은행 설립, 이자율 자유화, 위안화 변동폭 확대 등의 조치로 이미 국유은행 독점체제에 대한 개혁이 시작됐다"며 "중국 금융 리스크의 근본 해법은 시장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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