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시즌 실적악화 확인…반등의 키는 외국인 리턴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 등 국내 대형주들의 1ㆍ4분기 실적발표가 나오며 어닝 시즌의 큰 그림이 마무리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기업들은 대부분 1분기에 악화된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것으로 악화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지켜낸 만큼 증시 저점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1분기 실적 시즌 이후 시장의 관심은 저평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증시에 외국인들이 언제 복귀할 지에 모아질 전망이다. 일본 증시의 가파른 상승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일본 대신 국내 증시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6일 국내 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8% 증가한 52조8,681억원, 영업이익은 54.32% 늘어난 8조7,794억원을 기록하며 월초 발표한 잠정실적에 부합하는 수치를 내놨다. 현대차는 전날 영업이익이 10.7% 줄어든 1조8,685억원을 내놨고 기아차도 이날 영업익이 35.1% 감소한 7,042억원을 기록했다. 철강업종 대표주인 포스코도 전날 전년보다 영업익이 4.7% 감소한 7,169억원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1분기 실적에 대해 연초와 월초에 예상한 것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지기보다는 엔저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침체가 그대로 반영되며 ‘IT 강세, 소재산업재 약세’라는 시장의 큰 방향성이 잡혔다는 분석이 강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실적이 연초와 월초에 예상했던 추정치보다 더 나빠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현대차의 경우 영업이익이 1조6,000억원까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이보다는 나아져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를 빼고 나면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엔저와 주요국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1,900선을 지켜내 앞으로 지수와 시장의 방향은 어느 정도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이번 어닝 시즌과 같이 IT와 내수ㆍ소비주들의 실적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철강ㆍ화학ㆍ조선ㆍ건설 등 소재ㆍ산업재분야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봤다. 임진균 센터장은 “소재ㆍ산업재분야는 환율과 중국의 경기회복 지연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2분기가 1분기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대차도 이번에는 선방했다는 의견이 강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전체 시장의 규모가 축소돼 2분기에도 크게 긍정적인 실적흐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미 실적악화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소재ㆍ산업재분야가 다시 실적이슈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철강ㆍ화학 등의 업종은 주가가 이미 많이 하락해 저평가된 국면”이라며 “포스코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로 장부가치보다 낮은 상황이라 이들 종목이 추가 하락하면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것은 5월과 6월 외국인의 복귀 여부다. 실적시즌이 마무리되고 시장의 방향성이 잡혔고, 일본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로 밸류에이션의 부담을 느낀 외국인들이 이 시기에 국내 증시에 다시 발을 담글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쉬지 않고 올라왔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엔ㆍ달러환율이 여전히 고비인 100엔은 넘지 않고 있다”며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 물량이 6월에 끝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매도세를 유지하겠지만 그 전후해서 일본 증시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저평가된 국내 증시를 단기매수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성진 센터장도 “현재 일본으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ETF자금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이 짧은 지수플레이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일본증시는 ‘V’자로 상승해왔기 때문에 5월 중에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국내 증시로 다시 자금이 들어올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7월 2분기 어닝 시즌까지는 좋은 실적흐름을 이어가는 IT와 내수ㆍ소비재, 중소형주 종목들의 전성시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오성진 센터장은 “앞으로의 포인트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연채 센터장도 “실적 좋은 IT와 내수ㆍ소비주, 스몰캡종목이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