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무기 보유를 처음으로 시인하고 6자 회담 복귀를 위한 4개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1일 김정일 위원장이 ‘2ㆍ10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해 “어제 오늘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직접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고 6자회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평양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미국의 적대 정책 때문에 자위를 위해 제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핵무기 제조시기와 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왕자루이 부장에게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에게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제시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명백한 이유 설명 등을 회담복귀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압제국가’의 하나로 지목한 사실을 들어 “어쩌겠다는 건지 명백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연설과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한데 대해서는 특별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등한 자격’ 요구는 ‘양자협의는 하지만 거래는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은 전부터 요구했던 핵포기 조치 단계별 에너지 지원 등 대가를 의미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풀이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김 위원장이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미사일과 인권 등 핵 이외의 문제를 6자회담에서 거론한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핵문제로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중국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 핵동결의 대가로 ▦테러지원국가 지정 해제 ▦경제지원 ▦주변 국가와의 국교수립 등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