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5일 엔화에 대해 달러 당 121엔을 기록했던 달러화는 이후 줄곧 하락, 118엔대로 주저 앉았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달러 매입)설로 하락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당분간 달러 약세-엔 강세 구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무엇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시 미 대통령이 전쟁 의사를 내비쳤고, 이럴 경우 미국 혼자서 정치적 부담은 물론 경제적 손실도 감내해야 한다는 상황이 달러 약세를 심화 시키고 있는 것.
사실 양국간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엔화 약세 구도가 자연스럽다는 게 공통된 견해. 일본은 고용 악화, 설비투자 침체 등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비 경제적인 요소가 외환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쓰비시 증권의 외환 딜러인 시오이리 미노루는 “전쟁 우려가 계속되는 한 달러를 매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독단의 전쟁은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에 충격파를 던져주며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이 뻔하기 때문.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한달 내 달러 당 100엔까지 떨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 정부가 마냥 달러 약세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현재 일본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 회복을 위해 엔화 약세가 필요하고, 무역적자 확대 등 실물 경제가 불안한 미국 입장에선 강달러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금융자산의 해외 이탈을 방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일본 정부의 개입설이 나오면서 엔화 강세가 주춤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117~118엔대는 지난달 중순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6,000억엔을 풀었던 바로 그 환율대다.
결국 엔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엔 강세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경제가 갖고 있는 불안요소의 줄다리기에 의해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