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이 지난 14일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신청한 데 대해 많은 국민들은 17년 묵은 국가적 숙제 하나가 풀린 것으로 보아 반겼다. 물론 원전수거물 처리장 건설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반대여론도 엄존하고 있는 터 여서 유치신청만으로 해결될 성질은 아니다.
그런데 유치신청 후 열흘도 안된 지난 22일부터 부안 군민과 환경단체들이 주도하는 핵폐기장 건설 반대시위가 부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첫날 시위는 방화와 폭력으로 얼룩져 시위대와 진압경찰 간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 80년대 안면도 폭동사태를 연상케 했다. 반대시위가 예상은 됐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폭력화 하는 것은 이 사업의 전도를 매우 어둡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22일 시위에는 집권당인 민주당의 원내총무 정균환 의원까지 가세해 국책사업의 수행에서 필수적인 당정간 정책조정의 부재상태를 보여주었다.
부안 군민들의 반대시위는 핵폐기물처리장이 건설될 경우 부안군의 농수산물 판매에 지장이 초래되고,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부안군에 지원될 2조원대의 자금이 위도주민에게 편중되게 지원될 것에 대한 불만도 내포된 것 같다. 지역이기주의가 군 단위에서 면 단위로 세분화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원전수거물 처리장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성 문제는 상당부분 이미 기술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부의 설득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위도주민에게 다소 더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구 당 2~3억씩이라는 등 공수표 식의 지원대책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군민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정부의 이 사업에 대한 의지의 문제다. 현 정부들어 시민단체 등 이해집단들이 반대할 경우 국책사업 조차 중단 또는 변경되는 일이 많았다. 그처럼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한 결과 지역이기, 집단이기만 조장되었다.
그 점에서 산업자원부가 24일 위도를 원전수거물처리장 부지로 최종 확정한 것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시위로 곤경에 처한 부안 군수를 전화격려하고 사업추진 의지를 다짐한 것이나, 경찰이 시위주동자를 엄단한다는 방침아래 수사를 강화한 것은 모두 잘된 일이다. 폭력시위를 방치했다가는 2006년10월부터 본격 건설에 들어가는 이 사업은 시작도 못보고 다시 좌초될 수도 있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로 이 사업을 추진하되 주민들에 대한 설득 노력도 이전보다 배가해야 할 것이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