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환기의 '월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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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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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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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찍고, 선을 그리는 행위는 그림이라는 작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본적인 행위가 모이고 모여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모태가 된다. 회화의 기본 정신인 '점'에 주목한 '포인트 닷(Point Dot)'전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미술관인 63스카이아트에서 7월 14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그림의 기법 중 하나인 점묘법에서 시작해 회화의 기본 단위인 점이 화가마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됐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환기, 이우환, 곽인식, 황인기, 이동재 등 점으로 작업하는 국내 대표 작가는 물론 세계적인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울러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산수를 표현하는 데 있어 미점(米點, 수묵산수화 점법의 일종)을 적용했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과 육각형의 입체 블록 조각으로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김계현 등 총 작가 11명의 작품 45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전시는 '점 그리다' '점 찍다' '점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 점이 회화를 이루는 과정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1부 '점 그리다'에서는 점으로 이뤄진 구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나 유명 영화의 한 장면을 쌀이나 콩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이동재의 '아이콘(엘비스)'과 '이유없는 반항', 점을 이용해 주변 풍경이나 동양의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황인기의 '해질녘 우포', 짧고 탄력 있는 색점과 색선을 사용해 우리나라의 풍경을 주로 그린 이대원의 '농원', 플라스틱 블록을 이용해 시대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김계현의 조립미술 작품 '동물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 '점 찍다'에서는 점으로 이뤄진 추상 작품들이 소개된다. 자연을 한국적인 감성으로 접근하면서 특유의 추상으로 순수 조형요소인 점을 통해 자연과의 일체감을 보여준 김환기의 '월광' '십자구도', 캔버스에 무수히 많은 점을 찍는 행위를 통해 유와 무가 반복되는 우주 생명의 원리를 나타내고자 했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무수한 원형의 점을 찍으면서 종이의 물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하고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 곽인식의 '무제' 등이 눈길을 끈다. 또한 점(도트)를 무한 반복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자유로운 해방, 무한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한 꽃잎', 밝고 다양한 색의 원을 일정한 간격으로 가득 채워 죽음이라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데미안 허스트의 '에메틴 (emetine)'도 주목할 만하다.
3부 '점 담다'는 진경산수화 속 미점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으로,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점을 통한 예술의 진수를 목격할 수 있다. 겸재는 주로 미점을 사용했는데, 나무가 울창한 산의 모습을 빠른 필치로 그려냈다. 전시에 소개된 겸재의 그림은 고려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목멱산도(木覓山圖)', '망양정도(望洋亭圖)'를 포함해 미점을 부드럽게 찍어 남성적인 산과 여성적인 산을 대조시킨 국보급 문화재 '금강산도(金剛山圖)'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