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앞장 서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전 자본’의 유치가 절실하다”면서 “필요하다면 투자설명회에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수 한국노총 경기본부 의장도 경기도 투자유치단과 함께 외국기업을 찾아가 파업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노력할 테니 투자를 검토해 달라고 설득했으며 그 결과 1억2,000만달러 상당의 투자를 결정 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금까지의 노동계 행태로 볼 때 신선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의 경직된 노사관계를 투자기피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티븐 베어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도 7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강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최악의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들이 투자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한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이 여타 국가보다 두 배나 높은 게 한국 노동계의 현실이며 최근 들어 노동생산성이 특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전투적인 노사관계 하나만은 아니다. 넘치는 유동성의 반대편 그늘에는 만성적인 가계부채가 자리잡아 장기적인 내수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뒤편에는 도산에 직면해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 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은 내일을 위한 것일 뿐 서민들은 당장 오늘을 살아가기가 힘에 겨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투자와 일자리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이 같은 시대상황에서 한국노총의 방향 선회는 소중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민주노총이 올 가을로 예정했던 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내년으로 유보하고 하반기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가기로 한 것과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 출범 후 이라크 파병 반대, 경영권 참여요구,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등 정치적 이슈에 치중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큰 각성이 있어야 한다.
올 정기국회에는 적지않은 노동관계법이 제ㆍ개정될 계획이다. 노동계는 이 과정에서 주고 받는 협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과거처럼 극한 투쟁을 일삼아서는 노동계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한국노총의 전향적인 결정이 상생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