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6단계 누진제, 순차 축소가 옳다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조정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당정협의에서 현행 6단계인 누진요금 체계를 3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기구 가동으로 전력소비가 늘어나면 전기요금이 폭탄 수준으로 급증하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누진제 축소에 대해 새누리당은 서민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지만 민주당의 판단은 다른 모양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2일 "서민의 유리지갑만 노리는 꼼수가 숨어 있다"며 "또 다른 신증세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율이 결정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대체로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은 더 낼 수 있고 반대로 많이 써도 되레 부담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과소비 억제 차원에서 많이 쓸수록 부담이 늘어나도록 한 누진제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체계를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진제를 손질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폭탄 논란을 해소할 길이 없다. 전기 사용이 많고 적음에 따라 kW당 요금차이가 11.7배나 되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에어컨을 틀었다고 해서 한달 전 요금보다 2~3배를 더 내야 한다면 누구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바로잡겠다는데도 민주당이 유리지갑을 터는 정책이라고 몰아치는 것은 부당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지난해 여름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일자 한국전력에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호기를 부린 게 민주당 아닌가.

전기요금 조정 문제가 정략의 대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누진제 개편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서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진제를 여당안대로 싹둑 줄일 것만도 아니다. 논란이 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구간을 축소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올 겨울 전력수급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까지 고려한다면 급격한 조정은 더더욱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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