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문화' 베이징과 '시민문화' 상하이

■중국의 두 얼굴 ■양둥핑 지음, 펜타그램 펴냄


베이징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노래를 불러도 정치를 테마로 하며 언변이 좋고 유머러스하면서 대범하다. 작은 이익보다는 도의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상하이 사람들은 최신 유행을 좇고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인기 있으며 세련되고 예의 바르며 남자들도 고분고분하며 세심하다. 계산이 바르고 일 마무리가 깔끔한 편이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사람들의 차이는 북방계와 남방계가 체질적으로 상이함을 드러내는 것 만큼이나 극명하다. 도시문화를 연구한 중국의 교육학자인 저자 양둥핑이 중국의 북부를 대표하는 베이징과 남부를 대표하는 상하이의 문화를 비교 분석한 ‘중국의 두 얼굴’은 중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로 10년 이상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초판이 1950년 이전까지를 다뤘는데 2006년 그 이후 변천사를 다룬 개정판이 나왔고, 국내에도 이번에 첫 번역판이 출간됐다. 베이징은 800년을 수도로 군림했기에 정치적 성향이 짙을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관청과 학술기관, 관료와 문인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엘리트 문화가 형성됐다. 이와는 달리 서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상하이는 농경 사회의 전통적 도시와는 상반된 공업중심의 근대도시로 모던한 분위기 속에 ‘시민문화’가 발달했다. 여자만 해도 상하이 여성은 자존심 강하고 화려한 인상이지만 부지런하고 연애에 있어서는 과장될 정도로 애교가 넘친다. 반면 베이징 여성은 행동이 거침없고 남자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결혼에서도 실리를 따지기 보다는 사내대장부를 결혼상대로 높이 꼽는다. 저자는 역사적 배경이 결정 지은 도시의 운명을 차분히 분석했다.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베이징은 선동의 중심에 있었으나 상하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첨병이었다는 이유로 ‘혁명의 대상’이 되었다가 ‘계획경제의 표본’, ‘극좌문화의 중심지’로 정치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다. 근현대사를 꿰뚫은 도시문화에 대한 해설이 중국 안내서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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