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나는 맥도날드 앞에 줄서있다

슈퍼마리오 해피밀 2차 대란
"피규어 갖자" 20~40대 광풍
지난달 30일엔 사흘만에 완판
사재기에 되팔기까지 성행


15일 자정 서울 용산구 맥도날드 이태원점에서 해피밀 슈퍼마리오 세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 15일 밤 11시 55분께 트위터에는 '슈퍼마리오를 기다리고 있다'는 글과 맥도날드 매장 앞 상황을 찍은 사진이 잇달아 올라왔다. 노량진이나 교대, 이수, 서울역 등 서울 시내 다수 매장이 무대였다.

늦은 밤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24시간 영업장인 맥도날드를 찾은 사람들은 20대 대학생이나 30~40대 어른들이었다. 16일 0시를 기점으로 판매하는 어린이 세트 '해피밀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맥도날드의 해피밀이 '슈퍼마리오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원래 해피밀은 어린이 고객을 위해 불고기버거 세트 등에 간단한 장난감을 덤으로 주는 특별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들이 '덤'인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노리고 버거를 사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어른들의 수집욕이 불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은 맥도날드가 이번 이벤트를 시작한 지난달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릉이나 역삼, 종로, 가산디지털단지 등 오피스 지역의 맥도날드 매장에는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얻으려는 넥타이 부대가 몰렸고, 사흘만에 전국 매장에서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수많은 어른들이 잠도, 출근도 미루고 슈퍼마리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추억을 좇는 키덜트'가 원인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 비디오 게임을 즐겼던 30~40대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게임 속 캐릭터 피규어를 모은다는 설명이다. 오피스 상권인 강남이나 종로 지역 매장이 다른 곳보다 빨리 해피밀이 매진됐다는 점이 그 증거다. 특히 '한정판'이라는 말에 피규어 수집가들은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남은 수량을 확인하거나 늦게 문을 여는 대형마트 내 점포를 공략하는 등 계획적인 움직임을 보여 화제를 더했다.

또 다른 설명은 '젊은 층의 놀이문화'다. 너도나도 슈퍼마리오를 구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처음에는 관심없던 이들도 줄을 섰다는 얘기다. 이날 새벽 6시30분 집 근처 매장에서 해피밀 2개를 구입했다는 이모(32)씨도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슈퍼마리오가 화제라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따라하기' 심리에 힘을 보탰다.

한편 해피밀 슈퍼마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1인당 구입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재기나 되팔기가 성행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포털사이트 중고제품 거래 카페에는 '슈퍼마리오 1·2차 판매분 전량 넘긴다'는 판매 글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관심이 높을 줄 몰랐다"며 "다만 슈퍼마리오 피규어 증정 이벤트는 판매촉진과 같은 세일즈 목적이 아닌데다 회사나 학급에서 단체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어서 1인당 구매물량을 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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