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글로벌 경기의‘더블딥(이중침체)’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에서 주식을 내다파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발(發) 더블딥 논쟁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리스크가 불거지자 다시 매도 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사실상 더블딥 가능성이 낮고 국내 기업들의 이익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어서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Buy Korea) 추세 자체는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496억원 순매도를 보이면서 나흘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우려가 더블딥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선물이 현물보다 약세를 보임에 따라 프로그램 차익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외국인의 순매도를 가속화시켰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3,1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2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1조원 가량의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로써 외국인은 미국발 더블딥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이달 5일부터 국내 증시에서 1조1,000억원 가량 '팔자'에 나서면서 증시를 지속적으로 옥죄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더블딥 논란에 따른 앞으로 장세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기 논쟁이 지속되는 한 국내 경제구조가 수출중심적이고 자금 유출입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는 좀더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에도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더블딥으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에서 공격적인 순매도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외국인은 올들어 가장 활발한 '팔자'에 나서면서 한 달간 국내 주식을 무려 6조2,000억원어치나 순매도했었다.
더구나 최근들어 글로벌 경기의 불안감이 확대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키운 점으로 지적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들어 이머징마켓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현황을 보면 한국시장에서 1억8,000만달러 순매도를 나타냈으나 대만이나 인도∙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여전히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위세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경우 이달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다른 신흥국가와 달리 한국에서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최근 순매도 움직임이 추세로 굳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대외변수를 보면 조만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매입을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구나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에 머무르는 등 여전히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있는 상황이다. 또 2∙4분기 이후 이익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연말 이후에는 이익의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투자포인트로 꼽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나 미국의 경제지표가 9월이나 10월쯤에는 다시 개선될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국내 기업의 이익이 지난해보다 60% 가량 높아졌지만 주가는 연초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연말 이후에는 국내 증시의 이익 안정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