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때마다 위기 정면돌파 '여장부'

●메리 샤피로는… 비난 불구 SEC 자체 예산 편성권 따내

오바마 정권 출범과 함께 지난해 1월 취임한 메리 샤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고비 때마다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특히 금융위기 및 버나드 매도프의 사기사건 이후 SEC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 가운데 SEC의 위상과 감독기능 강화를 위해 자체 예산 편성 및 예산확대를 요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예산 심의 때 샤피로 위원장은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에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예산을 묶어 일하게 한다면 SEC의 역할도 축소시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로 인해 올해 CFTC 예산이 55% 증가했을 뿐 아니라 SEC에 배정된 예산도 11% 늘어 난 12억3,000만달러로 편성됐다. 그녀는 남녀 차별주의자적인 발언을 유리하게 이용한 적도 있다. 한 기자가 당시 '상품선물교역위원회'의 의장이던 샤피로에게 어느 증권회사 이사가 "158cm의 금발 여자가 나를 밀어내게 두지 않을거야"라고 큰소리쳤다고 전하자, 샤피로는 "내 키는 167cm입니다"라고 맞받았다. 샤피로는 "나의 첫 대답은 신장수치를 정정하는 것이었지만 이런 협박성 발언은 많은 동료들을 자극해 팀의 결속력을 강화시켰다"고 회상했다. 샤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대로 월가 개혁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SEC의 중요 결정을 5인 전원 만장일치제로 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바꿔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골드만삭스 제소건을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SEC의 3대 2 표결은 4번이나 있었다. 앞서 그녀는 "규제받지 않은 공매도가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해한다"면서 공매도 규제를 관철시켰고,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해서도 이를 거래하는 은행들이 엄격한 자본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CDS 거래의 투명성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언론들은 그녀를 '월가의 칼자루를 쥔 여자', '월가 최고의 여성 경찰관' 등으로 호칭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