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캐피탈 내년초 합병] 몸집 줄여 불황파고 탈출 포석

삼성그룹이 카드와 캐피탈의 합병을 전격 결정한 것은 두 금융회사의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몸집을 줄여 부실을 함께 처리하고 비용도 아끼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캐피탈이 개인대출 영업을 중단하면서 수익모델이 불확실해졌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삼성의 결정은 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ㆍ우리은행이 잇따라 카드를 은행내로 흡수한 데 이어 전업카드사를 대표하는 LG카드도 은행권으로 넘어가고 삼성카드는 결국 캐피탈과의 합병쪽으로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한편 삼성카드와 캐피탈의 합병이 결정되자 그동안 삼성과 함께 카드와 캐피탈을 분리 운영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이 금융사업을 어떤 구도로 끌고 갈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합병하나? = 삼성그룹은 카드와 캐피탈을 합병해 `몸집`을 줄여 불황의 파고를 넘겠다는 포석을 선택했다. 실제로 삼성카드는 올 3ㆍ4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연말까지 1조4,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캐피탈도 올 3ㆍ4분기까지 영업손실이 1,099억원, 순손실 844억원에 이르고 있고 지난 7월 1,680여명의 직원 가운데 240명을 퇴직시키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성격이 비슷한 금융회사가 각자 손실을 내며 구조조정을 하는 것 보다는 합해서 비용도 줄이고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삼성측의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독자적인 사업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삼성캐피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보다는 삼성카드와 합병시켜 경영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측 관계자는 “삼성캐피탈은 할부금융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입지가 약한 반면 카드사와 업무가 유사한 대출전용카드를 주력으로 펴 왔기 때문에 카드사와 합병은 나름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보다는 구조조정 효과 = 삼성측도 경기가 호전되고 과잉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두 회사가 합병해도 급격한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삼성카드가 내년 3월말까지 삼성생명 등의 참여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자본을 수혈 받아 어려움을 넘기겠다는 의미다. 결국 합병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실익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측은 이번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3,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안길수기자, 최원정기자 coolass@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