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타 종교에 무지할수록 내 신앙 최고라 믿는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가이 해리슨 지음, 다산초당 펴냄)
연구 자료·과학계 소식 토대로
신자들의 추상적 종교관 지적
신앙에 대한 긍정·비판 함께 담아

아담과 이브를 그린 그림과 밀레의 작품 만종. 종교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신을 믿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신자들의 일반적인 답변, 그리고 그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비판적 시각을 50가지로 정리했다.


종교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신을 믿는가.

인류가 수없이 되풀이해왔을 질문들이다. 마크 트웨인은 "당신이 모르는 것을 믿는게 믿음이다"고 했고, 루크레티우스라는 인물은 "두려움이야말로 지구의 신을 만들어낸 주범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믿지도 않는 신에게 화를 낼 수는 없다"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했던 발언이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도 이런 장기적인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저널리스트 겸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신자들에게 왜 신을 믿느냐고 물었을 때 나온 가장 일반적인 답변 50가지를 모은 뒤 그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비판적 시각을 정리해서 엮은 것이다. 책의 부제처럼 '유·무신론자 모두가 알아야 할 신에 대한 논쟁'혹은 '종교의 명과 암'을 50가지로 정리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저자가 만난 신자들은 신의 존재를 느낀다거나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거나, 사후 세계를 보장받기 때문에 신을 믿는다고 답한다. 인생을 변화시키거나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 신앙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저자는 하지만 그런 추상적 종교관을 비판하며 신자들이 응답한 50가지 대답에 대해 다양한 연구 자료와 통계, 과학계의 최근 소식 등을 토대로 오류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예를들어 '모든 종교 중에서 나의 종교가 가장 일리가 있다'는 신자들의 답변을 저자는 '무지'로 풀이한다. "종교적 무지가 만연한 결과로 신자들은 자기들의 신앙에 대한 정당화가 자기들과는 매우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정당화와 얼마나 비슷한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경쟁 종교들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신자들은 자기들이야말로 진짜 신이나 신들을 믿고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비판한다.

종교가 사람들을 연합시킨다는 답변에 대해서도 부정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제조차도 종교처럼 날카롭고 깊게 세상을 난도질하지 않는다. 그렇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격은 엄청나게 넓고 흉물스럽지만, 경제에 의해서 세계의 인구가 둘, 셋, 혹은 네 개로 나뉘는 것은 수많은 종교에 의해서 쪼개지는 인구보다는 그 수가 훨씬 적어 보인다."

저자는 토머스 에디슨,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암 촘스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븐 호킹 등을 인용해 무신론을 옹호하기도 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수십억의 신자들은 누가 진짜 신인지, 우리가 어떻게 이들을 경배해야 하는지, 그리고 죽으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합의를 할 수가 없다.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바치는 신앙이란 내기에 뛰어들기 전에 잠시 멈춰야 할 이유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종교를 바라보기를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신앙의 굴레를 직시하고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힌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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