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공룡이 사라진 신생대 시대 지구는 온실·냉동실 오갔다

■ 공룡이후
도널드 프로세로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
화석 발굴·분류해 동·식물 생활방식 유추 눈길
"지구온난화 계속 땐 인류 역시 사라져" 경고도



공룡이 사라진 지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중생대, 즉 공룡시대는 현세 인류에게 매력적이고 호기심 많은 시대로 다가왔다. 이 매력적인 동물이 살았던 시대와 신기한 삶들이 그 동안 숱한 책과 TV, 영화 등으로 쏟아져 나왔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 공룡은 6,500만년전 멸종했으며 그들이 사라진 자리를 다양한 육상동물들이 대체했고, 특히 포유류가 중생대 공룡만큼 놀라운 생명력을 지니며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유류 시대인 신생대가 중생대만큼 연구주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이 책은 바로 공룡시대가 지나간 뒤 나타났던 '신생대(Cenozoic era) 포유류 시대'의 진화 시대를 다룬다. 지난 6,500만년간 지속된 신생대의 역사를 각 시대별로 설명하는 과학사(史)이기도 하다. 공룡이 멸종된 백악기말에서부터 현대인이 살고 있는 홀로세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총 9장으로 나눈 뒤 각 시대의 기후 및 지각의 변화, 그에 따른 생물군의 변화 등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풀어낸다. 포유류의 탄생과 진화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데, 저자는 포유류 진화의 주요 요인으로 기후와 지각, 해양의 변화를 꼽았다. 특히 신생대 지구의 기후는 극단적인 변화가 심했다. 신생대가 시작될 무렵 혹독했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포유류가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지만 다시 추워지면서 지구는 '냉동고'로 변했다. 따뜻한 기후에 적응했던 원시 동물들이 대량으로 사라지면서 지구 생태계에도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저자는 주로 포유류의 변화상을 서술하고 있지만 포유류를 제외한 다른 척추동물, 연체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해양생물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묻혀있던 화석을 발굴하고 분류해 오래 전에 살았던 동ㆍ식물들의 형태와 생활방식을 유추하는 과정, 새로운 연구도구 개발과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과거 지구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고생물학자들은 보통의 역사와 시간 개념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연구한다. 지구 나이 46억살을 이해하려면 일종의 비유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46억년이라는 지구의 역사를 1년짜리 달력으로 압축하는 식이다. 1월 1일은 지구가 만들어진 날이고 최초의 작은 포유류와 최초의 새인 시조새는 12월 17일에 출현했으며 공룡이 멸종되고 포유류의 시대가 시작된 날은 성탄절 다음날인 12월 26일이다. 자정을 1초 앞두고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했으며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터졌다.

인류의 문명은 불과 1만년~7,000년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지질학적인 시각에서 보면 인간은 수십 억년이라는 지질시대에서 스쳐나가는 생물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그야말로 '눈깜짝할 시간'쯤 되는 현대인은 지구와 지구의 생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구역사 1년 중 단 1분에 해당하는 인류역사가 상당부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현재 부각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 등과 관련해 인류의 행동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결론이 흥미롭다. "우리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자연이 앞으로도 계속 호의적이리라는 가정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지구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 수많은 다른 생물들처럼 인류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경고문이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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