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보다 증가속도가 문제

증가율 연평균 20% 달해… WSJ "디폴트 발생할 수도"

중국 정부가 중앙 및 지방 부채규모를 공개한 뒤 지방 부채 규모보다 증가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국 전체 경제규모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감안할 때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지만 지방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9.97%로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채 상어가 중국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며 중국 경제의 뇌관인 지방부채의 빠른 증가가 금융 시스템에 상당한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채조사 당국인 중국 심계서(감사원)도 지방정부 부채가 위험요인임을 인정한다. 심계서는 전일 지방 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일부는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심계서가 발표한 중국 정부 부채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지방 부채가 2010년 말보다 67% 증가한 17조8,909억위안, 중앙정부 부채가 12조3,841억위안으로 집계됐다.

WSJ는 중국 지방부채 구조에서 2010년에는 집계되지 않았던 그림자금융이 2조위안으로 전체 지방 부채의 11%에 달해 중국 금융 시스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책임자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 부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0년의 경우 전체 지방 부채의 80%가 은행대출이었지만 2013년 6월 말 기준으로는 전체의 56.6%인 10조1,200억위안이 은행대출로 나타났다. 이는 지방정부가 은행권의 대출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이 한계에 달하자 은행이 아닌 고금리 그림자금융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중국 지방정부의 채권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븐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저널에 "중국 지방정부 채권이 새해에 디폴트를 일으킬 확률이 50%룰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지방부채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말 25%에서 30%를 넘어선 점을 주목했다. 2년6개월 사이 GDP의 5%에 달하는 규모까지 지방정부의 빚이 더 늘었는데 만약 중국이 아니고 다른 나라였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채무비율이 너무 빠르게 증가한다"면서 "이 추세로 가면 (중국 당국이 채무를)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FT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국의 전체 공공채무가 GDP의 53.3%에 달하는 것도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팅루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중국 지도부가 (지방정부의) 신규 차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팅루는 이어 중국 정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편법' 양적완화로 채택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보유 채권 상환기간 연장) 방식이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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