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사업 부진에 결국 CEO 교체로 변화 모색, 새로운 바람 불어올까
'추락한 거인' 소니가 히라이 가즈오(51ㆍ사진) 부사장에게 회사의 미래를 맡기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니가 1일(현지시간) e메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하워드 스트링어 현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뒤를 이어 오는 4월부터 히라이 부사장이 소니의 새로운 회장 겸 CEO가 된다고 보도했다. 히라이 부사장이 CEO로 취임하게 되면 소니 역사상 최연소 CEO가 된다.
소니는 2일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CEO 선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니의 새 수장으로 결정된 히라이는 지난 2006년부터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맡아 게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지난해 초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외신은 소니가 히라이가 게임 사업에서 거둔 성공을 컴퓨터와 TV사업 부문에서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히라이 부사장은 일본과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1984년 도쿄에 있는 국제기독교대학교에서 인문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교 졸업 후 곧바로 도쿄에서 벤처 회사를 차려 사업을 시작했으며 그가 설립한 벤처 회사는 이후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뮤직이 됐다.
스티링어 현 CEO는 성명에서 "히라이를 새로운 CEO로 추천하는 것은 영광"이라며 "그는 소니를 이끌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히라이가 소니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며 "지금은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스트링어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히라이는 회사에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그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바 있다.
소니가 CEO 교체라는 변화를 선택한 배경은 소니의 상황이 그만큼 위태롭기 때문이다.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소니는 히라이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을 바탕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소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 TV 부문의 강자 삼성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실제 실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니가 3월 말에 끝나는 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TV사업 부문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계속된 엔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한편 4월 CEO에서 물러나게 되는 스트링어 현 CEO는 2005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소니 회장직에 올라 7년 동안 소니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그 역시 끝내 소니의 부활을 이끌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WSJ는 스트링어가 6월까지 소니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6월에 열리기로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비집행이사회의 의장직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