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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불법행위 엄벌하되 대기업 전봇대 규제풀어 경제에 활력 불어넣어야
지속 가능 성장 위해 양극화 해소도 시급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고도성장을 위한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면 박 당선인은 산업화의 그늘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래경제의 틀을 짜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성장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박정희 시대가 배고픈 문제를 해결했다면 박근혜 시대는 '배 아픈'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더 까다로운 과제를 떠안았다"며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벌 손보기식 접근으론 한계=선거과정에서 경제정책의 핵심은 단연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는 국민 감정에 영합하기 위한 '대기업 때리기' 중심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빈부계층이 반목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대기업의 경우 필요 없는 규제는 과감히 풀되 대신 탈세나 불법에 대해서는 엄벌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에 대한 접근 역시 징벌적 과세에 초점을 맞추다가는 해외도피나 소비위축 같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 박 당선인도 이 같은 부작용을 감안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모든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식이라면 오히려 기업의 글로벌 경제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법의 테두리 내에서 추진돼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경제선진화 위해 정부 역할 재정비해야=한국경제가 정체상태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하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기업을 사사건건 통제하고 정치권이 정치적 이익에 따라 법안을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틀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탈바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 개발시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개발시대의 문화와 민주화시대의 문화가 혼재돼 있고 아직도 상명하복의 일방적 업무 프로세스 관행이 여전하다"며 "경제주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치어리더, 원칙을 지키는 엄정한 심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더구나 제 역할을 못하는 후진적 구조다. 케케묵은 여야 간 대립구도로 타협은커녕 대립과 반목만 일삼다 보니 국민적 피로감을 더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역감정이나 표심을 붙들기 위해 현실을 외면한 포퓰리즘에 집착하기보다 생산적 정치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극화 줄어야 성장도 가능=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작한 후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고 성장에서 소외된 기업과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졌다.
실제 가계와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은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의 경우 1990년 상위 10%와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비율이 6.6배였는데 2010년에는 10.2배로 급등했다. 기업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졌다. 거래소 상장기업의 순이익에서 삼성ㆍ현대ㆍSKㆍLG 등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6%에 그쳤지만 2005년 38%, 2010년 47%로 급속히 불어났다.
여기에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이면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고 사회적 불만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8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지키고 있다. 이현훈 강원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경제발전 모형이 필요하다"며 "경제성장을 지속해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축소해 전계층의 삶의 만족도를 증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