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때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박물관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한 노인의 친절하고 해박한 설명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노인은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였는데 자신의 생활에 보람을 느끼며 무척 만족해 하는 모습에 더욱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은퇴를 하게 되면 나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우리는 흔히 미국사회를 지탱하고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성숙한 시민정신과 민주주의를 말한다. 다양한 인종으로 인한 갈등과 마약, 폭력 등 갖가지 범죄가 사회를 멍들게 하지만 평소 남과 사회를 위해 자원봉사하는 정신이 미국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자원봉사는 사회생활의 일부로 특별한 사람들만의 특별활동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보통생활로 여겨지고 있다. 봉사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
즉 남을 위해 헌신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되돌려준다는 사회적 약속이 돼 있는 것이다. 정부도 「국내자원봉사활동법」을 제정,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자의 40% 이상이 60대 이상 노인이다. 그들은 「은퇴노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RSVP(THE RETIRED AND SENIOR VOLUNTEER PROGRAM)를 통해 평생 동안 갈고 닦은 기량과 재능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하고 있다. 지원기구인 자원봉사센터도 은퇴자나 노인들 각자에게 적합하고 의미있는 자리를 제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도 몇년전부터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인식이 높아지면서 각급 사회봉사단체를 통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체계적인 지원제도의 미흡으로 단순히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닌가 한다.
우리사회에도 은퇴한 전문인력이 적지 않다. 이들이 「능력의 사회환원」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폭넓게 봉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RSVP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은퇴한 전문인들이 자원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