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백남준은 뉴욕에서 활동하던 후배 강익중을 아껴, 중요한 만남의 자리에 동행하곤 했다. 한 은행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백남준은 불현듯 "30세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라고 화두를 던졌다. 21세기를 전망하던 1980년대에 이미 백남준은 100년 뒤를 생각하고 있었고, 결국 그는 앞서간 작가로 현대미술사에 족적을 남겼다. 당시를 기억하는 강익중은 "백남준은 한낮에도 별을 보는 무당"이라고 칭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마치 무당의 신력(神力)처럼 여겨지지만, 예언은 '미래를 보는 방식'에 기반한다. 이는 예술은 물론 인간사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고, 특히 기업의 성공적인 미래경영에서 강조된다. '위기론'을 들고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삼성, 10년 후 준비는 턱도 없다. 까딱하면 10년 전 구멍가게 된다"고 지적하며 미래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퓨쳐매니지먼트그룹(FMG)'의 이사인 미래경영 전문가가 250회 이상의 지도층 인사 인터뷰, 각 분야 리더들과의 800회 세미나를 근간으로 이 책을 엮었다. '프리즘'이라는 제목에 '미래를 읽는 5가지 안경'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5가지 미래안경은 색깔별로 의미와 역할을 상징한다. '푸른안경'은 미래의 변화를 가정하고 분석하는 툴이다. 논리적인 분석으로 개연성 있는 주변 환경의 미래를 인식하게 한다. 항공기 제작회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는 1990년대에 "비행기 시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비용"이라고 가정하고 생산성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미국의 보잉은 "작고 빠른 비행기가 경쟁우위의 요인"이라고 판단해 고속 논스톱 비행기 개발에 집중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행동의 방향을 결정한 사례로, 미래시장에 대한 양측의 10억 달러규모 경쟁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초록안경'은 미래의 가능성과 창조성, 기회를 판단하는 척도를 제공한다. 핫메일의 경우,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메일 주소를 갖는 시대를 미리 보고 '기회'를 창조해 냈다. '노란안경'은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고, '붉은안경'은 위험요소(리스크)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보라안경'은 기획하고 창출하고자 하는 미래를 어떻게 수립해 낼 것인지 건설적인 계획과 실행력을 보여준다. 미래를 읽는 안경의 실제 기업별 적용사례 뿐 아니라 세부적인 사용법, 체크리스트 등이 포함돼 유용하다.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