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복지 디폴트] 누리과정 급한 불 껐지만… 3월이후 재원마련이 문제


시도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예산 일부를 편성해 '보육 대란'의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가 예산이 소진되는 내년 3월 이후 대책은 빠져 있는데다 부족 재원의 해결방안 역시 요원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와 교육청의 정책협조와 국회와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보완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지적하고 있다.

7일 서울·광주·충북 등 다수 교육청들은 전일 시도교육감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2~3개월분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수정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을 대폭 삭감한 내년 예산안을 공개했던 경기도교육청도 도의회의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수정될 경우 받아들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교육청들의 일부 방향 선회에도 불구하고 보육 대란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교육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북교육청이 재정난을 이유로 시도교육감협의회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정책파행을 최대 2~3개월 미룬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지방채 발행 한도 증액안 역시 미봉책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세수 사정은 통상 2년 시차를 두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반영되기에 최소 오는 2017년까지 교부금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가운데 추가 빚만 늘리는 것은 논란의 시기만 미룰 뿐 내년 이후의 대책은 될 수 없는데다 중앙정부 역시 보증 부담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교육계에서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증액 등 제도적 보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예산처도 세입부족에 따른 정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권고한 바 있다. 교육감들도 국고나 국채 발행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 누리과정 파행의 이면에는 예산부족뿐만 아니라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경기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 9.095억원을 100% 배정한 반면 내년 예산에서는 38.7%에 해당하는 3,989억원만 배정했다. 순증분은 1,200억원대였지만 배제된 예산은 6,405억원에 달한다. 세입예산 축소와 인건비 증가 등을 고려해도 모자란 예산의 대부분을 누리과정에서 떼어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현장으로 돌아간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누리과정 해당 아동 수는 128만8,642명에 달하며 올해보다 10만명 이상 늘어난다. 특히 교육청의 '보이콧' 대상인 어린이집 아동의 숫자가 62만3,084명으로 19%나 급증한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도출된 정책을 되돌리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르기에 복지 관련 정책은 입안 과정에서부터 슬기롭게 다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청이 동반자적 입장에서 진지하게 사태해결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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