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 대규모 DR 발행에 '주루룩'

"설비투자 용도" 밝혀도 역부족…20일새 34%나 하락


태웅이 최근 2,500억원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따른 자금용도를 밝혔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태웅은 20일 공시를 통해 해외DR 발행으로 조달되는 자금을 신규 공장 건설을 통한 일관생산체제 구축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프레스를 갖춘 단조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고 100톤 규모의 전기로 제강설비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날 태웅의 주가는 전날보다 3.35%(2,900원) 내린 8만3,700원으로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해외DR 발행 공시를 낸 지난 16일 이후로만 10% 넘게 하락했고 지난달 31일 기록한 최고가(12만7,200원)와 비교하면 무려 34% 이상 주가가 빠졌다. 지난 20일간 사라진 시가총액만 6,867억원이다. 태웅의 한 관계자는 “수주를 많이 확보한 상황에서 생산설비가 워낙 부족해 설비투자를 위한 DR 발행을 결정했다”며 “회사로서는 재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데 시장에서는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는 부정적 견해로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태웅의 해외DR 발행을 두고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긍정적 시각과 장기적 실적전망이 낮아졌다는 부정적 견해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존 단조품 위주에서 원자력과 항공ㆍ우주 등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을 다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일관생산체계가 필요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DR 발행에 나섰다는 것은 주당순이익(EPS) 훼손뿐 아니라 실망스런 자본관리, 저마진 사업 진출 등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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