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연결지도로 정신 이해할 수 있어"

승현준 MIT 교수 '커넥톰, 뇌의 지도' 출간
뇌는 뉴런 얽힌 복잡한 지도
일부 규명만 돼도 의문 해결… 파킨슨병 등 해명할 수 있을 것
TED서 '커넥톰' 개념 대중화… 영문판 WSJ 10대 도서에 선정


영혼·정신 등의 작동세계를 과학적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정신은 뇌신경세포(뉴런)의 연결체로 뉴런과 뉴런을 잇는 기제를 규명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승현준(47·사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승 교수를 23일 만나 어떻게 정신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들어봤다. 그는 뇌신경 연결지도인 이른바 '커넥톰(connectom)'을 규명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1억달러를 지원하는 '뇌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프로젝트'에 참가해 승 교수는 커넥톰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승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벨 연구소,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를 거치며 인간의 뇌신경 작용을 연구해왔다.

최근 커넥톰 관련 첫 대중과학서 '커넥톰, 뇌의 지도'를 출간한 그는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과 정신분열·외상후증후군 등 비퇴행성 질환에 대한 학계의 의문이 뇌신경세포인 뉴런의 연결구조 속에서 해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처음 만들어진 용어 커넥톰은 연결을 의미하는 'connect'와 덩어리 'ome'을 합친 말로 신경계의 기본세포인 뉴런들 사이의 연결 총체 '뇌신경 연결지도'다. 승 교수는 "세계지도 속 각 도시가 연결되는 비행기 항로를 생각하면 빠릅니다. 도시를 뉴런으로, 연결 항공편을 신경계라고 생각하면 되죠. 사람의 두뇌 속에는 뉴런이 1,000억개가 넘으니 굉장히 복잡한 지도인 셈입니다."

나아가 인간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자아가 변화하고 생성되는 것에도 일정한 규칙과 패턴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사람의 마음도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경과학계에서는 1,000억개 뉴런의 연결을 일일이 다 봐야 하냐고 비판하지만 의식이나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려면 뉴런의 활동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뇌활동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의식의 어떤 부분은 서서히 바뀌고 아예 바뀌지 않기도 하죠. 시냇물이 겉에서는 빠르게 흐르지만 바닥에서는 서서히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그 바닥을 알아야 합니다."

2010년 승 교수는 온라인 강연 사이트 TED를 통해 '나는 나의 커넥톰이다'라는 강연을 진행했고 이는 '커넥톰'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2012년 영어로 저술한 '커넥톰, 뇌의 지도'를 펴냈고 이 책은 같은 해 월스트리트저널 논픽션 부문 10대 도서에 선정됐다.

그는 '나는 나의 커넥톰'이라는 명제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겪을 때마다 개별 신경세포의 연결이 변하는 게 아니라 전체 구조가 변합니다. 그래서 저마다의 기억이 다르고 모든 이의 커넥톰이 각각 다른 거죠.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정의되는가 하는 질문 끝에 나온 명제"라고 설명했다.

"과거 게놈 프로젝트에서는 사람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수십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100달러 정도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 규명된 유전자병이 많은데 이 같은 기술 발전속도와 성과는 커넥톰에도 적용될 겁니다. 반드시 사람의 커넥톰 전체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일부만 규명돼도 지난 100여년 신경과학계를 괴롭혀온 많은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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