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재보선 與 참패] 한나라 압승 비결은

'역전 가능성 지역 집중지원' 주효
우리당 文의장은 연천·포천 제외 5곳에 전력 분산

한나라당 압승에는 교과서적인 경제논리가 하나 숨어 있다. 한나라당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유세지원 전략이 먹혀들었고 열린우리당은 전력을 분산시키는 바람에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선거운동기간 동안 여야 최고지도부의 지역구별 유세지원시간을 공식일정표를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양당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선가능성이 높거나 아예 낮은 지역은 방문횟수를 줄이고 역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곳을 집중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13일간의 선거운동기간 동안 박 대표는 경북 영천과 충남 아산에 각각 29시간, 13시간 머물렀다. 전체 유세지원시간(55시간)의 4분의3 이상을 두 지역에 할애한 것. 투자 성과는 확실했다. 영천은 초중반 정동윤 우리당 후보가 10%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박근혜 바람’이 위력을 발휘해 판세를 극적으로 뒤집었다. 한나라당은 우리당 후보가 이중당적 문제로 등록일 직전에 바뀐 아산에서의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지역 선거에서 6차례나 떨어졌던 이진구 당선자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되면서 승기가 엿보이자 박 대표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 지역의 정서가 충청보다는 경기에 가깝다고 보고 박 대표의 대중성을 앞세워 표몰이에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무난한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기 연천ㆍ포천(1시간), 경남 김해갑(4시간)과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충남 연기ㆍ공주(3시간)에는 지원유세를 과감히 줄였다. 최고지도부의 측면지원이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명확히 구분해 시간을 배분한 셈이다. 반면 문희상 우리당 의장은 연천ㆍ포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 6~9시간씩 투자했다.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전략지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충청권은 행정도시 건설지역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영천은 전국정당화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다. 또 김해갑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성남중원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라는 판단에서다. 우리당 지도부는 6개 선거구 중 5곳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곳은 영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큰 표차로 떨어졌다. 당 안팎에서는 안이한 판세분석의 결과로 지도부의 지원유세가 분산되면서 한 석도 못 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과 지도부가 지원했으면 표가 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조론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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