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모적인 버핏세 논란


한국의 부자에게 '버핏세'를 매기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은 내용만 보면 파격적일 것도 없다. 소득세에 최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 최고구간이 10년째 8,000만원대여서 소득 양극화가 심각해진 지금과 맞지 않다는 주장은 한나라당의 경제통 의원들을 비롯해 학계에서도 많이 나온 얘기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부분 소득세를 매기지 않아 월급쟁이에 비해 주식투자가가 세금을 덜 낸다는 지적은 무려 10년도 더 됐다. 특히 지금은 복지확대에 대한 솔직한 재원 마련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일단 정 의원이 자신의 실명을 숨기고 익명의 한나라당 당직자의 명의로 '버핏세'를 주장한 것 자체가 정당하지 못하다. '당직자'라는 말 때문에 당 지도부의 입장인가 싶었지만 사실은 문제 의식을 가진 정 의원이 공교롭게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장일 뿐 지도부는 부정적이다. 더 큰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소득세의 과표 구간만 높이는지,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로 모든 금융거래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버핏세를 주장해온 민주노동당처럼 1억2,000만원 초과 구간 신설, 고소득자 탈세를 막는 금융실명제 강화 등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니 "선거를 앞둔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거 아니냐"(민노당 관계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중산층이 탄탄했던 미국 '대번영의 시대(1945~1975년)에 고소득자들은 최고 70% 가까운 세금을 냈지만 생산한 만큼 소비가 됐기 때문에 부자들도 경제적인 번영을 나눠가지므로 불평하지 않았다는 역사에서 착안해 버핏세를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정 의원이 제기한 버핏세 논란에는 부자를 적으로 돌리는 막연한 구호뿐이다. 게다가 정 의원은 여권의 인적 쇄신 등 다른 문제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한나라발 버핏세 주장'은 관심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찬반전선이 형성되며 생산적인 논의가 힘들어졌다. 정 의원을 포함한 여권의 쇄신파가 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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