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노벨문학상 수상자 16인의 치열한 삶

■16인의 반란자들(사비 아옌 지음, 스테이지팩토리 펴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노벨문학상 수상연도 1982년), 주제 사라마구(1995), 오에 겐자부로(1994), 귄터 그라스(1999), 오르한 파묵(2006)…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16명의 인터뷰를 모았다. 스페인 출신 문학전문기자인 저자는 3년여 동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이 노벨상 수상 이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만나봤다. 저자는 작가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집을 방문해 작업실뿐 아니라 주방까지 살펴보았으며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나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함께 찾아갔고 그들의 가족을 만나는 등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20세기 초반에 태어나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독재 정부 등 고통스런 현대사를 살아온 이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처한 비극적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반란자였다. 거의 대부분 문학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 사회의 지배 논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권력의 근본적인 속성에 맞서는가 하면 가슴에 품은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리더들이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지적 장애아가 됐을 때 고통에 흠뻑 빠져들고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히로시마로 향했다. 그곳 사람들의 용기와 그들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겐자부로는 자신이 쳐박혀 있던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삶의 극복 의지를 다졌다는 얘기를 전한다. 터키 출신의 오르한 파묵은 ‘이 땅에서 백만명의 아르메니아인과 3만명의 쿠르드족이 살해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폭로한 뒤 터키의 정체성을 모욕한 죄로 기소되면서 고행의 길로 바뀐 삶을 살아가고 있다.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은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권력이 있으면 자유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도 마찬가지다.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차별성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해 정치권력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극작가인 다리오 포는 “풍자는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권력은 유머를 견디지 못한다. 웃음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나한테 주어진 노벨상은 일반 대중의 체념과 권력의 부당함을 기꺼이 보여주려했던 모든 광대들을 위한 포상”이라고 일갈했다. ‘백년동안의 고독’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요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에이즈다. 그는 최근 새로운 지역에서, 특히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 관계 당국이 거의 방관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개탄한다. 문학, 역사, 철학, 개인의 인생 스토리가 결합된 인터뷰를 통해 작가로서의 책무를 짊어진 채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 16명의 치열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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