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미국에서 결국 달러를 빌리기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사용시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추후 계약기간 만기를 연장하려면 일정 부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우선 20억~50억달러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 내부에서는 그동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액인 300억달러를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으나 최근 활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국의 한 핵심관계자는 “통화스와프를 이용할 경우 자칫 국내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판으로만 활용하자는 견해가 있었지만 혹시 모를 계약만기 연장을 위해 일부분을 빌려 쓰는 게 유리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실제 계약상 한은이 FRB로부터 달러를 빌려 은행권에 대출할 경우 만기가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기간인 오는 2009년 4월 말을 넘긴다면 양측의 협의 아래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6개월간의 계약종료 때까지도 외환시장이 안정되지 않아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려 할 경우 상호 간에 거래가 없는 것보다 소액이라도 빌려 다리를 걸쳐놓는 게 실무협의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당국이 최근 대규모 외화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점도 통화스와프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달 말 미세한 차이로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있을 경우 현재 외환보유액에서 지원하는 은행권 스와프 입찰(매주 20억달러 상당) 물량을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대체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달러 요청시기는 이르면 이달 말께로 관측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미 간 통화스와프 거래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들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요청금액은 계약상 1회 거래금액 한도가 50억달러임을 감안할 때 통상 은행권 스와프 입찰 규모인 20억달러와 50억달러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15개국 가운데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과 우리나라와 동시에 계약을 맺은 브라질 등 신흥국가 4개국은 아직 달러를 빌려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