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시행을 앞두고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기술 분야의 대표적 '무역장벽'으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미 업계가 화평법 우려에 대한 입장을 우리 정부에 간접적으로 피력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USTR는 2일 공개한 '2015년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지난 1월부터 시행된 화평법 하위 일부 규정을 비관세장벽의 일종인 기술무역장벽(TBT)으로 적시하고 "민감한 기업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 시행의 책임을 맡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유독물질 검사방법 등을 담은 12개 초안 보고서를 공표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사를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은 20일밖에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화평법 규제를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위원회'에 통보하고 시행 전 관련업계의 의견수렴을 위한 시간을 추가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USTR는 자동차수리이력고지 제도도 문제 삼았다. 무역장벽 보고서는 "한국의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한 수리이력고지 제도는 수입자동차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명시했다. 자동차가 생산된 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어떤 사고가 났는지를 상세하게 알리는 수리이력고지 제도의 하위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미 자동차 업계가 수출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USTR는 위생검역(SPS)의 경우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취한 미국산 닭·오리 등 가금류와 가금육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이 워싱턴·오리건주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병을 이유로 미국산 가금류 전체에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발병지역별 조치를 권고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