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균형이 깨지고 있다
강창현 문화레저부장
강창현 문화레저부장
최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방한으로 한차례 골프 광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갔다. 사실 한국인만큼 골프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시즌 내내 부킹 전쟁이 이어지고 골프장 건설이 내수경기 부양의 획기적인 수단이 될 정도다.
내년에는 북녘 땅 금강산에도 골프장이 들어선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 낭자들이 미국 프로무대에서 진가를 맘껏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골프에 최상의 계절인 가을도 어느덧 끝 자락에 와 있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이 이제 내년 시즌을 위해 월동에 들어갈 시기다.
흔히 스포츠를 사람 사는 일에 비유한다. 골프는 더 그렇다. 한 달에 한두 번 힘들게 필드를 찾는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이것이 골프의 매력이겠지만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이만큼 어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에 의문을 가진다.
그렇다면 싱글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고수들은 ‘균형’이라고 단언한다. 필드를 마름모에 비유해보자. 그리고 각 꼭짓점에 드라이버샷ㆍ아이언샷ㆍ쇼트게임ㆍ퍼팅을 각각 대입해보자. 마름모가 사각형의 제 모양을 유지할 때 진정한 싱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만 우위에 있다면 싱글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를 육박하는 장타자들을 주변에서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스코어가 반드시 훌륭한 것만은 아니다. 드라이버샷이나 퍼트 모두 한 타이기 때문이다. 드라이버샷ㆍ아이언샷이나 퍼팅을 할 때는 분명 각각 다른 근육이 움직이고 다른 형태의 감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필드 형태의 마름모로 한번 생각해보자. 온통 일그러져 모양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가고 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온갖 잡다한 사건들로 신문지상의 톱을 메우기가 너무 쉬울 정도다.
경제 분야에서의 마찰은 성장과 분배 문제부터 시작됐다. 분명 대칭이 되는 이 두 명제들은 각각 명분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분배우선 성향이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위축시켰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도 실제 투자는 미룬 채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내수부양에 국민연금까지 끌어다 쓰겠다는 묘책까지 나올 정도다.
일그러진 구조 속에서 젊은이들은 취업이 안돼 아우성이고 퇴직자들의 최후의 보루였던 요식업주들은 밥그릇을 내다 버리고 시위할 정도로 경제주체들이 망가져가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조선시대 같으면 민란이 일어날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 구성원도 분열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피해자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진보 진영은 과거가 모두 부패투성이라고 하고 보수측에서는 누가 이 땅을 이만큼 먹고 살게 만들었느냐고 항변한다.
균형은 대립이나 어긋남을 극복하고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과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이론이나 국제정치의 기본개념인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모두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온전한 사각형을 만들려면 각 꼭짓점에 있는 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 여-야, 정부-기업, 보수-진보 등의 대립구도가 균형감을 상실하면 그 구성원들에게 고통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골프에서 네 가지 샷이 균형을 이루어야 고수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올 겨울 균형 갖춘 연습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번 겨울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균형을 배우는 훈쳄?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 푸른 잔디는 결코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hkang@sed.co.kr
입력시간 : 2004-11-22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