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 '실적 사전 유출' 사건, 외국계 증권사 2곳도 조사

도이치증권·크레디트스위스
금융위, 가담 혐의로 조사 중


도이치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진자산운용이 NHN엔터테인먼트의 '사전 실적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J E&M에서 시작된 정보 유출 사건의 불똥이 외국계 증권사로까지 번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증권과 CS, 유진자산운용은 NHN엔터로부터 지난해 3·4분기 미공개 실적정보를 받은 혐의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조사단이 이들이 NHN엔터 실적을 사전에 제공 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의 전화와 온라인 메신저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는 NHN엔터 실적 유출은 증권가의 검은 거래로 CJ E&M 사태와 사건의 본질은 같지만 업계에 미칠 파장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NHN엔터의 실적정보 유출 범위가 CJ E&M보다 더 넓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NHN엔터 IR 담당자는 국내 증권사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뿐 아니라 도이치증권과 CS 등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유진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에게도 실적정보를 흘렸다"며 "CJ E&M 사태가 국내 증권사를 상대로 한 사건이라면 NHN엔터는 글로벌 증권사까지 영역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NHN엔터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은밀한 거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와 같이 외국계 증권사·자산운용사도 기업과 주식정보를 전달하는 유착관계가 강하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내부자→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로 이어지는 기관투자가들의 정보이동 경로는 동일하기 때문에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미공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HN엔터의 사전 실적 유출은 CJ E&M과 같은 날인 지난해 10월16일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NHN엔터의 주가는 11만5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8.60%(9.500원) 떨어졌다. 기관은 23만5,764주(242억6,444만원), 외국인은 15만7,523주(164억1,501만원)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39만3,832주(407억9,718만원)를 사들이며 기관과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물량 대부분을 사들였다. 이날 거래량은 직전 거래일(31만6,911주)보다 344% 늘어난 140만9,489주였다. 11월 7일 NHN엔터는 지난해 3·4분기 잠정영업이익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29.8% 줄어든 253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이들 업체는 자조단의 조사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혐의는 부인했다.

도이치증권과 CS 측은 "자조단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유진자산운용 측은 "자조단 조사를 받고 관련 자료는 제출했지만 의심을 받는 시점에 NHN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주식 매매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자조단은 NHN엔터 이외에 상장기업 2곳이 미공개 실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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