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집값 오른곳 "이유 있었네"

서울 서부권, 지하철 9호선등 호재만발…상승률 높은 20위권 단지중 15곳 차지
가양동 26평형 한달간 2,750만원 올라…파주·고양등도 신도시 기대로 고공비행



‘시장 침체기에도 값 오르는 아파트의 비결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금리 인상, 여름 비수기까지 줄줄이 겹친 요즘 서울과 수도권의 중개업소들은 한달에 거래 한건 성사시키기도 어렵다. 간혹 매물이 나오면 게눈 감추듯 사라지던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들이 쌓여만 간다. 내년 2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조치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극심한 침체기에도 오르는 아파트는 누가 뭐래도 꿋꿋이 오른다. 수도권 전역을 휩쓴 ‘집갑 담합’의 바람도 한몫을 했지만 오르는 아파트에는 오를 만한 이유가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부동산114의 도움을 받아 최근 한달간(7월14~8월11일)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아파트 20곳씩을 꼽아 살펴봤더니, 요즘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아파트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대체로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 서부권이 뜨고 있다= 서울시내 상승률 20위권 단지 중 무려 15곳이 동작ㆍ강서ㆍ구로ㆍ마포구 등 서울 서부권에 위치해 있었다. 나머지 5곳도 용산ㆍ성동ㆍ노원구 등 모두 강북 지역이었고 이른바 ‘강남4구’는 전무했다. 서부권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지하철 9호선과 뉴타운 등 굵직한 개발호재에 도로확장, 공원화, 혐오시설 철거 등 지역별 작은 호재들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망권이 뛰어나다거나, 대단지이거나, 유명 브랜드가 붙어 있다는 등의 부수적 장점도 눈에 띄었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 26평형은 한달간 평균 2,750만원(14.5%) 올라 매매 평균가가 2억1,750만원이다. 인근 금강공인 관계자는 “9호선과 마곡지구 개발 영향에 소형 평형의 갈아타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매수세가 꾸준하지만 매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평균 16% 상승한 성동구 금호동1가 금호 삼성래미안 42평형의 경우 주변 재개발 구역들의 영향을 받은 데다, 한강 조망권과 지역내 희소한 브랜드 아파트라는 장점도 작용했다. 보라매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동작구 신대방동의 보라매파크빌과 안양천ㆍ여의도 등을 향해 시야가 탁 트인 구로구 고척동의 동아한신 등은 조망권 덕분에 지역 내에서도 상승률이 비교적 높은 경우였다. 용산구 이촌동 시범과 중산은 용산 민족공원, 철도공작창 부지 개발 등 수많은 호재 덕분에 매수세가 꾸준히 붙고 있다. ◇수도권은 신도시 영향 강해= 수도권에서 상승률이 높은 단지들 역시 대형 개발호재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한달 상승률이 무려 26.3%에 달한 고양시 성사동 미도5차 20평형은 고양시가 추진 중인 뉴타운 바람을 탔다. 상반기부터 시작된 일산 신도시의 집값 상승세에 편승해 수도권 상위 20개 단지 중 고양시가 10곳이나 차지했다. “주변이 다 오르니 따라 오른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버블 세븐’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용인시 신갈동 삼익은 분당선 구갈 환승역에 대한 기대감과 집값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매물이 귀하다. 부동산랜드 관계자는 “비수기인 데도 물건이 없고 외지인의 발길이 잦다”고 말했다. 한달간 평균 4,000만원(17%) 오른 파주시 조리읍의 한라비발디 51평형은 최근의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나오는 대로 팔린다”고 한다. 인근 운정 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있어 대형 평형인데도 평당가 500만원에 불과한 가격이 아직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상반기 강남권 등 버블세븐과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많이 오른 반면 하반기 들어서는 비강남권 중 개발호재가 있거나 새 아파트, 조망권 등의 조건을 갖춘 단지들이 비수기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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