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계속했을 뿐입니다"

낸시 메리키라는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열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을 짚었다고 한다. 부모는 낸시의 다리근육 강화를 위해 수영을 가르쳤다. 4년 뒤 낸시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수영대회에서 3등을, 열아홉 살 때 전국대회에서 1등을 했다. 당시 대통령이던 루스벨트가 어떻게 불편한 몸으로 우승할 수 있었냐고 묻자 낸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계속 했을 뿐입니다. 각하.” 테헤란밸리를 24시간 빛나게 했던 패기의 우리 벤처기업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버블 붕괴 및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는 ‘소아마비’를 앓고 절뚝거리게 됐다. 하지만 4년 뒤 벤처인들은 ‘벤처 어게인(venture again!)’을 외치며 벤처의 의미를 새롭게 아로새기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2,922포인트를 기록한 뒤 급강하했던 코스닥지수는 2004년 320포인트에서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 현재 지수 600선을 유지하며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2005년 기준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기업이 80여개에 육박한다. 10월에는 벤처기업 매출의 합계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선 수많은 벤처의 성공은 우리 경제의 자산이 됐다. 정체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벤처가 다시 국가경제의 견고한 한 축으로 바로 서게 된 것은 절뚝거리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기’ 때문이다. 일부의 차가운 시선과 열악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벤처업계의 자정노력과 끊임없는 기술개발 노력이 계속됐던 것이다. 이에 벤처기업협회도 벤처문화 확산, 벤처정책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벤처 생태계의 체질을 강화하는 한편 벤처의 세계화 지원, 회원전용 기술금융 신설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자 한다. 회원사간 활발한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는 등 벤처기업인들에게 특화된 다양한 교육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협회가 믿음직한 등대가 되고 똑똑한 나침반이 되도록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이다. 벤처를 한다는 것은 ‘모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80년대 이후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진출한 사례가 거의 전무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오로지 기술과 아이디어ㆍ패기로 뭉친 벤처기업 가운데 멀지않은 미래에 대기업,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업체가 나오리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우리 벤처는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