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에 위치한 해군2함대사령부가 22일 서해상에서 재연한 피랍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에서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공격팀이 고속단정과 UH-60헬기로 피랍선박에 진입하고 있다. /평택=최흥수기자 |
|
삼호주얼리호 등 아덴만 부근 해역에서 선박 피랍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해운선사들이 왜 이 지역을 지나야만 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운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로임에도 불구하고 아덴만을 지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비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에즈운하로 통하는 아덴만을 지나지 않으면 물류 운송기간이 1~3주 길어지고 자연히 운송비용이 그만큼 불어나게 된다는 것.
한국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해적이 창궐하더라도 해운사들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에즈운하로 연결되는 아덴만 지역을 지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유럽을 갈 때 아덴만을 거치지 않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서 가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해운업체들이 유럽과 아시아 사이를 오갈 때 이 구간 최단거리 항로인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서 갈 경우 운송시간이 적게는 1주일에서 많게는 3주일 정도 더 소요된다. 운송비용으로 따져볼 때도 선박 한대당 연간 약 350만달러 더 들어간다.
특히 수에즈운하는 어림잡아 일년에 2만여척의 배가 전세계 해상 화물의 10분의1을 실어 나르는 통로로 이용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뿐 아니라 국내 선사들의 300~400척의 배도 연간 800회 정도 이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내 해운업체들 전체 운송 물동량의 30%에 달한다는 게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운송되는 물품은 대개 중동 지역의 원유와 유럽 수출 제품이다.
일부 국내 해운업체들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민간 보안요원을 고용하면서까지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이유도 바로 물품 운송시간을 단축시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요원을 고용하는 비용은 중소업체는 물론 대형선사들조차도 만만치 않은 액수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2박3일의 일정 동안에 무장한 보안요원 4~5명으로 구성되는 한 팀을 태울 경우 1회당 대략 4만~5만달러가 소요된다. 심지어 해적 출몰이 빈번한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의 경우 보험사에다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얹은 값비싼 전쟁 보험료도 지불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렇자 선사들은 여러 대책 마련해 분주히 나서고 있다. 해적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는 벌크선 업체인 STX팬오션은 선박들이 아덴만을 들어설 때 해적 공격에 대비한 보안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또 앞으로 선원들이 해적의 공격을 피해 선박 내에 대피할 수 있는 이른바 '선원 피난처'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위주의 업체인 현대상선도 선원 피난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보안요원 고용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호주얼리호 사건을 계기로 기존 해적 대처 방안에 대한 재점검과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에즈운하를 꼭 지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박들이 해적 출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며 "해운사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도 "소말리아 해적 문제 해결은 업체와 국내 정부만의 노력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